호주, 정치권에 차이나 머니 경계령

입력 2017-06-07 18:00   수정 2017-06-07 18:13



(박상익 국제부 기자)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자국 정치권에 ‘차이나 머니’ 경계령을 내렸다. 중국계 거부들이 수백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기부하면서 호주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턴불 총리의 “현대 중국이 국가 주권을 강조하듯 다른 나라의 주권도 항상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턴불 총리의 이같은 발언 배경에는 호주 국내 담당 정보기관인 호주안보정보기구(ASIO)의 브리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SIO는 턴불 총리를 비롯해 토니 애벗 전 총리, 빌 쇼튼 노동당 대표 등 국내 주요 정치인들에게 중국 기업인들의 기부금을 조심하라는 내용을 브리핑했다.

호주 미디어그룹인 페어팩스미디어와 호주 ABC 방송은 ASIO 보고서를 분석해 자유당과 노동당이 2015년 당시까지 중국 억만장자인 황시안모와 차우착윙으로부터 670만호주달러(약 56억7000만원)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부동산회사 유후그룹의 회장인 황시안모는 2015년에도 샘 다스티아리 노동당 상원의원에게 출장 경비를 지원했다는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캔들 이후 황시안모는 그가 설립에 관여한 시드니공대의 ‘호주-중국연구소’ 회장직을 사임했다. 이 연구소는 몇몇 학자들로부터 ‘중국의 100억달러짜리 해외 선전 활동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스티아리 의원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주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유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당론과 어긋나는 입장을 밝혔다. 또 황시안모의 호주 시민권 획득을 지원하다 ASIO에 의해 차단되는 등 구설에 올랐다. 차우착윙도 시드니공대에 2000만호주달러를 기부해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건물을 세웠다. 2015년에는 시드니대에 1500만호주달러를 기부하는 등 호주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정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외국 자금의 정치권 유입이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존 피츠제럴드 스윈번공대 교수는 “중국의 정책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인들이 호주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호주인들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같은 외부 세력의 정치 간섭에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시안모는 FT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내 동기를 의심하고 모호한 주장에 근거해 명성을 훼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려고 힘쓰지만 나는 투자, 자선사업 등 적극적인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끝) /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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