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9일까지 통신비 인하안 내라…2G·3G 기본료 우선 폐지"

입력 2017-06-07 19:25   수정 2017-06-08 07:04

국정위 "서민 쓰는 서비스 기본료부터 없애야"
통신3사 "LTE 요금인하로 이어질 것 불보듯
기본료 전면 폐지땐 영업익 두 배 7조 사라져"



[ 이정호 / 주용석 기자 ]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의 이행 방안 마련을 주문하며 미래창조과학부를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7일 미래부에 “9일까지 휴대폰 기본요금 폐지 등 통신비 인하 공약 시행 대책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역대 정부마다 추진하던 단골 정책이지만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시장 자율로 정해지는 통신 서비스 요금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과 함께 시장 기능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는 “5세대(5G)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이끌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사라지게 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당장 통신3사 등 업계 및 관련 단체와 면담을 추진키로 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많이 번 만큼 뱉어내라”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은 2세대(2G), 3세대(3G) 통신은 물론 4세대 이동통신(LTE) 요금에 반영돼 있는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없애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본료는 통신망 인프라 구축에 쓰이는 비용인데, 망 설치가 끝난 현재까지 기본료를 걷는 것은 ‘과잉 징수’라는 논리다.

기본료 폐지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다. 19대 국회 당시 우상호·이개호 의원, 최민희 전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내 ‘통신비 인하를 위한 의원모임’과 참여연대가 기본료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기본틀을 짰다. 이 법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 들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다시 제출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비가 감소한 만큼 통신비 인하 여력도 충분하다는 게 여권의 기본 입장이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7조6187억원으로 전년보다 2482억원(3.2%) 감소했다. 단통법 시행 후 번호 이동 건수가 줄어 출혈경쟁이 사라진 만큼 마케팅비 절감분을 통신비 인하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2G, 3G 요금 우선 적용할 듯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7일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대상이 우선 2G, 3G 요금제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소외계층으로 한정될 수 있다며 한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의 최민희 위원은 “기본공약이 기본료 폐지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의 통신 기본료 폐지”라며 “기본료 형태가 남아 있는 건 2G, 3G고 LTE는 일부에 (기본료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기본료 폐지 공약과 관련, “이후 추가로 공약을 구체화할 때 저소득층, 소외계층 기본료 폐지를 먼저 말했다”고 했다. 2G와 3G 요금제에 포함된 기본료는 이미 망 투자가 종료된 만큼 기본료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자문위원들 사이에 상당히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개입이 청산해야 할 적폐”

통신사들은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해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500만 명(알뜰폰 가입자 제외)에 달하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기본요금이 폐지되면 연간 통신요금 감소액은 7조2600억원에 이른다. 작년 통신 3사 전체 영업이익(3조7222억원)의 두 배에 맞먹는 금액이다.

국정기획위가 이날 밝힌 2G, 3G 요금제의 기본료 우선 폐지에 대해서도 “결국 통신비 인하의 칼 끝은 LTE 요금제 인하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2G, 3G 요금제의 기본료 폐지는 LTE 요금 인하를 위한 단계적 조치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위적인 시장 간섭은 ICT 생태계 근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통신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결국 소비자의 편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주용석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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