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 '좌청룡 우백호'…환경·농민단체도 두각

입력 2017-06-07 20:02   수정 2017-06-08 06:56

시민단체 전성시대

국정 입김 세진 시민단체들

문재인 대통령, 검찰 개혁 구상…코드 맞는 민변에 역할 기대
4대강 감사·원전 중단 등 환경단체 요구 정책에 반영
20~30대 활동가 줄어든 노동계·경실련은 '숨고르기'



[ 박진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코드가 맞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진보단체 양대 ‘산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환경·농민단체를 비롯해 연대를 형성한 소규모 단체들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소수 명망가·대표단체 위주에서 탈피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양대 축

행정자치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는 매년 늘고 있다. △2008년 7749개 △2009년 8309개 △2010년 9432개 △2011년 9701개 △2012년 1만362개 △2013년 1만1070개 △2014년 1만1755개 △2015년 1만2514개 △2016년 1만3106개 △올해 3월31일 기준 총 1만3607개다.

민변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는 검찰 개혁 등 공약 마련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변 소속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하다를 공동 집필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 백승헌 전 회장 부부는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정부 감시 기능을 보존하길 바란다’며 20여 년간 참여한 민변을 탈퇴해 민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참여연대도 문재인 정부에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네 명의 참여연대 인사가 활동 중이다. 참여연대는 진보 시민단체의 대표 격인 만큼 향후 한국사회의 가장 큰 파워집단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경·농민단체 활동 두드러져

분야별로는 환경단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을 양대 축으로 하는 환경단체의 요구는 그대로 대통령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4대강 감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 및 후속 조치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청와대 사회수석실 기후환경비서관에 김혜애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임명되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 원전 폐기를 주장한 의원은 19명으로, 환경단체의 영향력 강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민단체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랙터 상경’을 주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문재인 정부가 실현해야 할 농업개혁과제’를 전달했다. 이 과제에서 청산해야 할 5대 적폐로 밥쌀용 쌀 수입과 벼 수매가 환수, 강압적 벼 감축 정책,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개방 협상,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벼 상용화 등을 지목했다.

진보단체들이 최근 소수 지식인·대표단체 중심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년이나 주거·육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생긴 단체들은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처럼 대표 단체를 갖고 있지 않아 인지도가 떨어질 뿐 활동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단체가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유니온 등이다. 청년유니온은 창립 시점인 2011년부터 줄곧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해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영향력 줄어든 노동계·경실련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노동조합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이들 단체의 영향력이 과거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노동조합원 190만5000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63만1000명으로 33.1%다. 2004년 43.5%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한국노총 조합원 비중도 50.7%에서 43.5%로 하락했다.

20~30대 활동가 유입이 끊긴 것도 진보단체 활동이 가라앉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86세대로 불리는 활동가들이 대거 정치에 참여하고 이들의 공백을 메울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출신 활동가들이 들어오던 과거에는 ‘준비된’ 활동가인 경우가 많았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자발성에 근거한 20대 활동가들은 아무래도 ‘조직적 훈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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