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호메이니 영묘·의회에 무장괴한 침입해 자살폭탄 테러
[ 김현석 기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7일 이란에서 벌어진 연쇄 총격·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가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서 저지른 첫 테러다. 이번 사건이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을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테헤란의 이란 의회와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 각각 네 명의 무장 괴한 일당이 잇달아 침입, 총을 난사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했다. 영묘를 노린 테러 일당은 빨리 진압됐지만, 의회에선 인질극이 벌어져 오후 3시께 일당이 모두 사살됐다. 괴한 한 명은 폭탄 조끼를 터뜨려 목숨을 끊었다. 영묘에서도 한 명이 자폭했다. 이란 정보부는 “두 개 테러조직이 두 곳을 공격했고, 한 개 조직은 테러 전 검거했다”고 밝혔다.
IS와 연계된 아마크통신은 테러 세 시간여 만에 “IS에서 온 전사들이 테헤란의 의회와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이란 의회 내 테러 현장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공개했다.IS는 지난 3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정복하겠다는 내용의 이란어로 된 선전물을 유포했다. 극단적 수니파 사상을 신봉하는 IS는 시아파 ‘종파 청소’를 선동해 왔다.
공격받은 두 곳 모두 정치·종교적으로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이란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호메이니 영묘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지도자이자 ‘국부’로 칭송되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IS는 영묘를 과감하게 표적으로 삼아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종파적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과 카타르 단교 사태 직후 벌어져 중동 정세에 미칠 여파가 심각하다. 이란과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 간 긴장 관계가 어느 때보다 증폭될 수 있어서다. 이란은 사우디가 IS, 알카에다 등 수니파 테러조직의 후원자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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