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출신의 남봉길 회장, 제약사 다니며 R&D 담당
"나만의 약 만들겠다" 집념…직원 2명으로 1999년 창업
비뇨기 치료제 강자로
췌장·요로결석치료제 등 히트…연평균 매출성장률 15% 넘어
"실패해도 책임은 없다"
사내복지로 우수 인재 영입…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
매출 1000억 돌파위해 총력전
[ 박영태 기자 ]
중견 제약사 한국팜비오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통한다. 비뇨기과 관련 의약품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이 회사는 소화기내과 외과 종양치료제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잇따라 히트작을 내고 있다. 이 덕분에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출 증가율이 매년 15%를 넘는다. 창업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최초로 요로결석치료제를 개발해낸 기술력이 성장 원동력이다. 최근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꺾일 줄 모르는 고성장 행진
남봉길 회장(70)은 1999년 한국팜비오를 설립했다. 직원 2명으로 출발한 한국팜비오는 직원이 220명으로 늘었다. 주력 제품은 췌장 질환 치료제 ‘노자임’, 무력증 치료제 ‘스티몰’, 담석증 치료제 ‘로와콜’, 주사진통제 ‘아큐판’,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쏘메토’ 등이다. 이들 제품은 연 매출이 60억원을 넘는다. 노자임은 한 해 100억원이 넘게 팔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이 회사가 만든 1호 약인 요로결석 치료제 ‘유로시트라’도 아직까지 매년 10억원어치 이상 팔린다.
한국팜비오는 지난해 6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정체된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례적인 성장세다. 2010년 매출이 219억원에 머물렀던 이 회사는 6년 만에 3배가량 ‘폭풍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높다.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한국팜비오의 영업이익률은 20.7%였다.
올 들어서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국팜비오 제품의 병원 처방액은 지난 1분기에 44억9000만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다. 남 회장은 “비뇨기과 계통에서 소화기내과 등으로 품목이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오리지널 약 판권을 다수 보유한 것이 영업이익률이 높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0여 개 보유 품목 가운데 절반가량이 오리지널 제품”이라고 했다.
◆틈새시장 전략 ‘적중’
남 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나와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배웠다. 약을 직접 개발해보고 싶었던 남 회장은 CJ제일제당 동신제약 광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에서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았다. 제네릭(복제약) 등으로 잇따라 히트작을 냈다. 하지만 늘 가슴 한곳이 허전했다. 한번 제대로 된 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 일본뇌염 백신을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는 국내에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회사가 퇴짜를 놨다.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렸다. 남들은 직장생활 은퇴를 준비하던 52세의 나이였다. 게다가 외환위기 직후였다.
남 회장은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요로결석 치료제였다. 당시 국내에는 이렇다 할 요로결석 치료제가 없었다. 1년 만에 유로시트라를 개발해냈다. 이후 담석증 치료제, 췌장 질환 치료제 등으로 제품군을 차근차근 늘렸다.
◆해외 시장 본격 진출 채비
한국팜비오는 장 세정제 ‘피코라이트’ 등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피코라이트는 장 내시경을 위해 먹는 약이다. 통상 4L에 달하던 것을 13분의 1로 줄여 복용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다국적 제약사 패링에 피코라이트를 기술수출했다. 계약금만 300만달러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나오고 판매가 시작되면 추가로 러닝 로열티 등을 받는다. 남 회장은 “패링 본사에서 판권을 달라며 한국을 찾아왔다”며 “생산과 글로벌 유통을 패링에 넘겼다”고 했다.
수출 품목도 다변화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중동 페루 등지에서 피코라이트, 엔도나제(위 벽 이물질 제거제) 등의 판매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유로시트라는 미얀마 몽골 캄보디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신공장도 세웠다. 충북 충주 첨단산업단지에 유럽연합(EU) 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충주 2공장을 세우고 지난 1월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10억 정의 약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남 회장은 “신공장 가동으로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는 물론 유럽 미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에게 실패 책임 안 따지는 회사
“노력한 만큼 결과는 반드시 따라온다”는 게 남 회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임직원에게 “도전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을 강조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임원이나 간부에게 상의해서 정한 일도 실패 책임을 따지지 않는다. 지레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뭐든지 일단 해보려는 도전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남 회장은 “임직원들이 책임지지 않기 위해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남 회장은 임직원에게 일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치밀하게 따지지만 일단 결정된 일은 담당 임원에게 전결권을 준다. 사람을 쓸 때 실력보다 인성을 먼저 보는 것도 이런 신뢰 경영과 무관치 않다. 직원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 회장은 평소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마케팅 영업 개발 등에 두루 경험이 있다 보니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재로 키우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는 소신도 갖고 있다.
한국팜비오는 회사 규모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이다. 대졸 신입사원 초봉이 3300만~3500만원 수준이다. 국내 제약업계 중상위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내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해마다 우수직원을 선발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올해도 우수직원과 가족 57명이 지난 4월 사이판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남 회장은 “인재가 있어야 회사가 매출 5000억원, 1조원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며 “우수인재 확보는 물론 직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2년 내 매출 1000억원 돌파”
남 회장은 올초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차별화된 R&D로 글로벌화하라”고 주문했다. 조금이나마 남들과 다른 약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현재 매출의 7% 안팎인 연구개발비 비중을 1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연구개발 부문은 남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텍사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남준상 사장이 맡고 있다.
한국팜비오는 창립 20주년인 2019년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2023년엔 매출 2000억원으로 퀀텀점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희귀의약품 항암제 등 새로운 성장 토대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2년 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하고 바이오연구소를 세웠다. 중앙연구소와 바이오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33명이다. 남 회장은 “회사 인지도 제고 등을 위해 비타민제 자양강장제 유산균제 등 일반의약품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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