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강경화 임명 반대"…강행이냐, 철회냐 '기로'에 선 청와대

입력 2017-06-08 17:40   수정 2017-06-09 05:14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김동연·김상조는 '협조'

'김이수 고리'로 강경화 흔들기
김이수 후보자, 국회 인준 표결 국민의당 반대땐 통과 어려워

'인사 암초' 만난 청와대
"국정위해 협력해달라" 요청 속 김이수·강경화 중 1명은 포기해야 할수도



[ 박종필/배정철 기자 ]
국민의당이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자유한국당(107석) 모두 국회 내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40석의 국민의당이 ‘반대’ 입장을 정하면서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결의 중심추가 ‘채택 불가’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됐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인사 암초’를 만나면서 향후 정국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 강 후보자 의혹 여전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강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관련해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증여세 탈루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외교분야에 대해 호평을 받을 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 채택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 결과에 따라 의총에서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동의 없이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헌재소장 자리는 국회 본회의 표결이 필수적이다. 청와대가 국민의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 후보자 임명을 무작정 밀어붙이기 어려운 이유다.

국민의당이 김이수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해 입장을 유보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김 후보자에 대한 본회의 인준을 담보로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국민의당이 복잡한 ‘한 수’를 둔 이유는 야당의 선명성을 드러내 ‘캐스팅보트’를 쥔 원내 3당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민주당 2중대’ ‘사쿠라 정당’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도 국민의당이 청문보고서 채택 반대 결정을 내린 원인 중 하나다.

◆고민 깊어지는 청와대

청와대와 여당은 ‘인사 암초’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협조를 얻으려면 김이수 후보자와 강 후보자 중 한 사람은 인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단 민주당은 국민의당 설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에 협조를 구하려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다할 것”이라며 “야당으로선 한두 명 낙마시켜야 체면이 산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안정에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자를 제외한 모든 내각 후보자의 인선을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은 ‘고발전’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김상조 후보자의 부인 조씨를 불법 취업 의혹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 후보자의 장녀 위장전입 의혹도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조씨는 2013년 2월 서울의 한 공립고교 영어회화 전문강사 채용에 응시하면서 토익 지원 자격(901점)에 못 미치는 900점의 성적표를 제시했음에도 채용돼 4년간 근무했다는 것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다면 검찰 고발을 안할 수도 있지만, 임명을 강행한다면 (고발 등) 법률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배정철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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