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 2010년 인기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탈리아 유학파 셰프 현욱(이선균 분)은 한 고급 레스토랑에 부임하자마자 이같이 외치며 여성 요리사들을 모두 내쫓는다. “주방에서 셰프는 법”이라며 절대복종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방에서의 극단적인 성차별과 가부장주의다.
이는 ‘극(劇)’ 속에만 있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다. 전문 요리계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 책이 나왔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데버러 해리스와 패티 주프리가 쓴 《여성 셰프 분투기》다.
미국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 160명 중 여성은 6.3%에 불과하다. ‘요리는 여성의 일’이라는 전통적 성 관념에 따르면 여성 셰프가 많은 게 자연스러울 텐데 그 반대다. 여기에서 저자들의 문제의식이 싹텄다.
이들은 주요 신문과 음식 전문 잡지에 실린 기사를 분석해 전문 요리계에 녹아 있는 성차별을 고발한다. 기자와 평론가들은 남성 셰프는 혁신적인 선구자로, 여성 셰프는 남성의 지도 없이는 경력을 쌓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해왔다. 이들은 또 텍사스 일대의 여성 셰프 3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남성 셰프 같은 리더십을 택하면 ‘나쁜 년’으로, 친근한 방식을 택하면 ‘전문직에 적합하지 않은 여성스러운 셰프’로 폄하되는 여성 셰프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저자들은 긴 시간 고되게 노동하면서도 예술적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셰프 직의 특성상 주방 문화가 ‘마초적’이기 쉽다는 점은 어느 정도 수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를 바꿔 다양성과 포용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전문가로서 셰프 개인의 지위와 셰프직 자체의 지위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하현 옮김, 현실문화, 392쪽, 1만65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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