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로마 1000년 제국 이끈 '이방인 끌어안기'

입력 2017-06-08 19:14   수정 2017-06-09 07:22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 김지혜 옮김 / 다른 / 720쪽 / 3만3000원



[ 양병훈 기자 ] 로마 공화정 말기 카탈리나가 키케로와의 정치적 대결에서 패해 해외로 도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카탈리나는 외곽에서 로마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준비했다. 이때 키케로는 로마에 남아 있던 카탈리나의 수족을 색출해 재판 없이 처형했다. 이 일로 키케로는 “국가 전복을 모의한 세력이라도 정당한 재판절차 없이 그들을 처형한 건 부당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키케로는 결국 추방당했고, 1년 만에 복귀하지만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메리 비어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과 교수가 쓴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는 로마가 어떻게 성장했고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했는지를 엄격하고 세심하게 추적한다. 로마사를 다룬 책이 일반적으로 로마의 쇠퇴와 붕괴를 다룬 것과 달리 이 책은 성장에 주목한다. 저자인 비어드 교수는 그리스·로마사 연구자 가운데 가장 명망 있고 독창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이탈리아 중부의 작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촌락이 어떻게 세 대륙에서 그 많은 영토를 지배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관련 연구를 했다”며 “이 책은 50년 가까운 작업의 결실”이라고 설명한다.

비어드 교수는 뛰어난 언변으로 로마 정계의 거물로 성장한 키케로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카탈리나의 음모’ 사건에 주목한다. 그는 독재자가 출현하는 것을 막는 로마 정치의 ‘견제와 균형’이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로마에서는 황제조차 원로원과 로마 시민이 있는 한 절대 권력자가 될 수 없었다. 황제는 원로원과 시민의 승인으로 통치권을 위임받은 존재일 뿐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로마 정치가 타락으로 빠져드는 일을 막았다.

여기에 더해 로마는 점령한 이민족과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세력을 하나로 규합하는 유연성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로마군과 싸우던 갈리아인의 후손이 로마의 장군이 된 사건, 북아프리카 유목민의 후손이 로마 원로원 의원이 된 것 등을 사례로 꼽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서기 212년 황제 카라칼라가 “로마 제국의 자유민은 스코틀랜드부터 시리아까지 어디에 살든 모두 로마 시민”이라고 선포한 일이다. 이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법적 차이를 한 방에 날려버린 혁명적인 결정이었다. 저자는 “로마는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이방인을 로마인으로 만듦으로써 새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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