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홉 농사 짓고 양조장까지…23년 '홍콩 IT맨'의 인생 2모작
[ 고은이 기자 ] 정보기술(IT) 전문가 홍성태 씨는 홍콩과 바레인, 유럽 각국을 오가며 23년간을 IT업계에 몸담았다. 인공위성에서부터 테러 방지 서비스까지 다양한 IT 관련 업무를 섭렵했다. 쉴 새 없이 일하다 40대 중반이 된 어느 날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IT 업종 특성상 직업 수명이 짧은 편이다.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후배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홍씨가 제2의 인생을 계획한 건 그때부터였다.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예순이 넘어서도 할 수 있는 일. 둘째, 내가 좋아하는 일.
떠올린 게 맥주였다. 세계를 돌며 일할 때 유럽과 미국 수제맥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양조업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다. 맥주로 유명한 나라의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양조를 배웠다. 4년이 흘렀다. 자신이 생기자 충북 제천시 봉양읍 산골의 솔티마을에 양조장을 지었다. 마을 이름을 딴 솔티맥주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름만 빌린 게 아니다. 고추 농사를 짓던 솔티마을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홉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홉은 맥주의 향과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 솔티맥주는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홉으로 만든 진짜 ‘마을 술’이다. 지난해 일곱 농가가 홉 농사를 시작했고, 올해는 그 숫자가 아홉 농가로 늘었다. 400평이던 농사 규모는 올해 6000평이 됐다. 솔티맥주를 ‘한국 대표 맥주’로, 솔티마을을 ‘한국의 홉 마을’로 만드는 꿈을 꾸는 홍성태 뱅크크릭브루어리 대표(사진)를 인터뷰했다.
▷양조장 운영하면서 홉 농사도 짓는데.
“20년 전 국내 홉 농가가 전부 사라졌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뒤 값싼 외국산이 들어오면서 그렇게 됐다. 국내 맥주 회사들은 홉을 전량 수입해 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땅에서 홉 농사에 도전하는 일 자체가 의미있다고 봤다.”
▷수입해 쓰는 게 편하지 않나.
“수입 홉은 반건조 상태로 가공돼 들어온다. 싱싱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거기에다 홉은 자라는 곳의 기후에 따라 향이 다르다. 난 솔티맥주의 정체성을 ‘한국 맥주’로 잡았다. 그러기 위해선 주재료인 홉이 국산이어야 한다. 유럽 양조장은 대부분 자신의 홉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양조장을 다니면서 양조법을 가르쳐달라고 빌고,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홉을 기르는 법도 덴마크 농부에게서 배웠다.”
▷양조장을 제천에 세운 이유는 뭔가.
“홉을 키우기에 솔티마을이 적격이라고 봤다. 일교차가 심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홉이 높게 자라기에 좋았다. 제천의 맑은 물도 맥주 맛을 좋게 한다. 솔티맥주라는 이름도 그래서 지었다. 소나무 ‘솔’에 언덕을 뜻하는 ‘티’. 소나무 언덕 마을의 전원 향이 맥주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솔티마을을 국내 최대 홉 재배단지로 제대로 키우고 싶다.”
▷솔티맥주의 특징은.
“벨기에 스타일이다. 벨기에 맥주는 한국 막걸리의 이양주나 삼양주처럼 2차 발효를 하면서 다양한 맛을 낸다. 솔티브라운은 도수가 7.5도로 은은한 초콜릿과 커피향이 난다. 솔티 블론드는 6.5도로 오렌지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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