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김상조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협치의 길' 이렇게 먼가

입력 2017-06-09 17:48   수정 2017-06-10 07:17

여야, 강 대 강 대치

청와대 '강경화 구하기' 총력전 vs 야당 '김이수 지렛대'로 철회 압박

한국당, 강력 반대 속 국민의당도 김이수 처리 '유보'
문재인 대통령 "흠결 없는 사람 없어…최선 다해 국회 설득하겠다"



[ 유승호 기자 ]
정치권이 인사청문회 정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장전입, 탈세 등 도덕성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모든 고위 공직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는 청와대·여당과 조그만 흠결이라도 있는 후보자는 낙마시키겠다는 야당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무위원 임명이 지연되면서 새 정부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9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으로 인사청문특위 회의조차 불발됐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이수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는 부적격으로 판정났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장과의 오찬에도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야당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 부인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도 고발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야당 반대에도 ‘한 명도 낙마는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세 후보자 중에서도 야당의 집중타를 맞고 있는 ‘강경화 구하기’에 나섰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방문,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 지도부와 만나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 수석은 “(강 후보자가) 국제적으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됐고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인데 야당이 대승적·애국적 차원에서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12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김도읍 인사청문특위 한국당 간사는 “다시 논의할 생각이 없다”며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무산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무위원회 역시 12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한국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9일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정무위는 지난 7일에도 회의를 열었지만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세 후보자가 서로 얽혀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후보자와 강경화 후보자는 국회 인준이 필요 없어 청와대가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청와대와 여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공산이 크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인준에 찬성하는 정의당(6석) 외에도 30석 안팎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을 돌이켜보면 국민의당(40석)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면서 강 후보자 임명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시키는 조건으로 야당이 김이수 후보자 인준에 찬성하는 ‘패키지 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여야 간사 간 회동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거론됐다. 진선미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는 “다른 후보와 분리해 논의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며 야당의 패키지 딜 요구가 걸림돌이 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국민의당이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당론을 명확히 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시간을 끌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결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12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두 후보자를 연계할 뜻은 없지만 청와대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한 만찬 회동에서 인사청문회 문제와 관련해 “100% 흠결이 없는 사람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정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니겠느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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