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전 대사 "누구나 장애 겪어…장애인 권익 증진돼야"

입력 2017-06-11 17:45   수정 2017-06-15 09:06

장애인 인권 전도사로 활동하는 오준 전 주 유엔 대사


[ 박상용 기자 ] “누구나 한 번쯤은 장애를 겪습니다. 장애인 권익 증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5년 7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울려 퍼진 목소리다. 발언대에 선 사람은 오준 당시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62·사진). 지난해 11월 3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그는 국내에서 장애인 인권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중·고교 학생이나 대학생 대상 장애인 인권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를 11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만났다.

그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모친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20여 년 전부터다. 오 전 대사는 “돌아가실 때까지 3년을 모셨다”면서 “활동적인 교수였던 어머니께서 간호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는 걸 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크고 작은 장애를 겪게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 당사국회의 의장직을 지냈다. 2008년 발효된 이 협약은 장애인 권익증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제규범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당사국회의 의장직을 맡은 건 그가 처음이다.

장애 관련 국제단체 인사들과 한국에 국제장애인연맹(IDA) 동아시아 지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오 전 대사는 “선진국에선 장애인에 대한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보지만 아시아는 가족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라며 “IDA 지사를 세워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후원단체 ‘사랑의 달팽이’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청각장애인에게 인공와우 수술과 언어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단체다. 2000년 설립 후 580여 명의 청각장애인을 지원했다. 오 전 대사는 “어릴 때 수술받고 언어 치료를 꾸준히 하면 큰 불편없이 대화할 수 있는데도 수술비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오 전 대사는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대 비교정치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 싱가포르 대사, 유엔대표부 대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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