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에서 역사 왜곡과 망언을 주도해온 것은 ‘팽창주의적 민족사’를 강조하는 우익 정치인이다. 그들은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 대신 ‘영광스러운 대외팽창’을 당연시한다. 한때 ‘망언 제조기’로 불린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지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같은 책을 써 인기를 모은 그는 “2차 세계대전은 (일본의) 침략이 아니다.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이라고 주장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했다”고 발언한 아소 다로 부총리, 그리고 엊그제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도쿄재판사관의 극복을 위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강변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까지 기저에 흐르는 팽창주의적 사고는 동일하다.
한국에서도 ‘팽창주의적 역사관’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소위 ‘위대한 상고사’를 주장하는 ‘유사(類似)역사학’을 추종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단순한 개인적 관심사를 넘어 도 후보자는 의정활동 기간에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 역사지도 사업’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는 역사학계가 문헌과 고고학 자료 증거를 바탕으로 통설로 삼고 있는 낙랑군 평양설을 ‘식민사관’이라고 공격하며 빌미로 삼았다. 국회로 역사학자들을 불러 역사학의 기초인 ‘사료비판’도 인정하지 않은 채 마녀사냥식 공세도 폈다.
망언을 일삼는 일본 우익과 아시아 전역이 한민족의 영토였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은 객관적 근거 없이 ‘위대한 민족사’를 강조하며 팽창주의를 부르짖는다는 점에서 맥이 닿는다.
만약 일본에서 “임나일본부는 ‘일본서기’에 적혀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을 문부과학성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또 동북공정을 주창하는 인물을 중국 정부가 중용할 경우엔. 우리부터 올바른 역사관을 갖춰야 주변국의 역사 왜곡과 망언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
김동욱 도쿄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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