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후 '코리안데스크' 잇따라 성과
[ 이현진 기자 ] 지난달 필리핀 세부에서 일어난 한인 피살사건의 진범이 붙잡혔다. 필리핀에서 근무하는 경찰 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가 현지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고 재수사한 성과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필리핀 내 한인 관련 사건이 속속 해결되는 모습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세부시 라푸라푸주에서 일어난 한인 총기 피살사건의 진범 세 명 중 두 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사건 발생 16일 만이다. 검거된 용의자는 피해자와 내연관계에 있던 필리핀 여성 A씨와 그의 남자친구 B씨다. A씨는 피해자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 들켜 심한 폭행을 당했고, 이에 앙심을 품어 B씨와 공모해 전문 킬러인 용의자 C씨를 끌어들여 살해한 혐의다. 킬러 C씨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용의자들은 훔친 물건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피해자 집을 찾아가 45구경 권총으로 살해했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자택 내부에는 집 열쇠와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는 범인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는 동안 현지 동포 도움으로 피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확보했다”며 “사건 당일 용의자들이 ‘집을 방문하겠다’고 보낸 메시지를 확보하고 심문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필리핀 경찰은 사건 하루 뒤 피해자의 이웃인 필리핀 남성 두 명을 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그러나 경찰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는 이들의 진술과 살해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은 사건을 조기 종결하기 위해 용의자를 둔갑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혈흔이 묻은 셔츠를 국내로 보내 DNA를 분석한 결과 3일 만에 피해자 것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 현지 경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DNA 분석은 통상 1~3개월 걸린다.
최근 필리핀에선 한국인 연루 사건들이 속속 해결되고 있다. 2002년 고객 돈 20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국내 은행 지점장 역시 올 1월 15년 만에 잡혀 강제송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현지 경찰의 기강을 다잡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한데다 현지 경찰의 수사 협조를 얻기 힘든 ‘험지’다. 최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선발 때도 지원자가 없어 난항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여러 방법으로 필리핀 당국과 공조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코리안데스크
외국에서 일어나는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부서. 현지 경찰의 한 부서지만 한국 경찰이 파견 나가 도피사범 송환, 범죄수사 등을 공조한다. 한인 관련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필리핀에 2010년 처음 설치됐고 2015년 베트남에도 설치됐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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