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 직후 우주 모습 밝힐 단서 잡았다

입력 2017-06-11 18:37  

국내 8개 대학·기관 참여
국제연구진 논문 발표



[ 박근태 기자 ] 한국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았던 초기 우주의 물질 상태를 설명할 새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연구진 등 국내 8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앨리스·사진) 장치를 이용해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켜 초기 우주 상태에 가까운 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 6월호 표지 논문에 소개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지하 100m 깊이에 둘레만 27㎞에 이르는 거대한 링 구조를 가진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만들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찾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LHC에는 뮤온압축솔레노이드(CMS)를 비롯해 아틀라스, 앨리스, LHC 보텀쿼크 공장(LHCb) 등 네 대의 검출기가 붙어 있다.

이 가운데 앨리스 장치는 빅뱅 직후 초기 초고온·초고압 상태인 ‘쿼크 글루온 플라스마’를 연구하기 위해 납핵(중이온)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쿼크 글루온 플라스마의 생성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기묘입자의 증가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기묘입자란 물질의 근원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6개 쿼크 중 세 번째로 무거운 쿼크를 포함하는 입자다. 지금까지는 금이나 납 핵끼리 충돌시켰을 때만 생성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두 수소핵(양성자)을 7조 전자볼트(eV)로 가속해 충돌시켜 쪼개져 나온 입자들을 살펴본 결과 기묘입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납 핵뿐 아니라 양성자를 충돌시킬 때도 초기 우주에 가까운 상태를 생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에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 연구자 45명을 포함해 세계 45개국의 연구자 3131명이 참여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는 금이나 납의 핵을 충돌시켜야만 쿼크 글루온 플라스마가 형성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로 초기 우주 상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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