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객 스마트폰 회사 수익률 떨어져 가격 인하 요구 높아질 가능성
'보호무역 강화' 미국 통상 압력…새 정부 이익공유제 적용 우려도
[ 노경목 기자 ] “자칫 한국 반도체업계 전체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사업 실적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제발 그런 기사 좀 쓰지 말아달라”며 이 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가깝게는 고객인 세트업체로부터, 멀리는 각국 정부로부터 영업이익률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인 스마트폰 업체들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2013년 22.1%이던 영업이익률이 올 1분기에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3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영업이익률도 5%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이든 TV든 출시 직후부터 판매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도 부품인 반도체값은 오히려 오른다”는 불만이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부품업체인 반도체회사로서는 원청업체인 세트업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국내외 정치적 여건도 반도체업계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근거로 가격 인하 압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은 특정 수입품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가능 품목으로 반도체를 올려놓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도 부담스럽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고려대 교수 시절 “대기업의 내부 유보 수익 비중을 0.6%포인트 낮추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을 17% 올려줄 수 있다”며 수익 이전을 주장했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빌미로 대기업의 수익을 중소기업에 이전시키는 이익공유제를 반도체 업종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도 할 말이 많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한때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을 정도로 경기 여건에 따라 반도체 사업의 실적 부침이 심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10조원 안팎의 돈을 투자하면서도 6개월 뒤에 수익을 올릴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메모리 사업”이라며 “호황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데 혹여 국내외에서 발목이 잡히면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업계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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