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평가 순위 분석
꾸준한 대학 개혁 성과…평판도 제외 SKY 앞질러
'이공계 강화' 동국대도 부상, 포스텍·KAIST는 각각 교육의 질·연구의 질 1위
[ 김봉구 기자 ]
올해 8월 졸업 예정인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 최서원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여간 이 대학 인재개발원이 운영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거의 개근했다. “진로 탐색, 취업 멘토링, 면접 특강, 취업 토크콘서트… 전부 쫓아다녔어요. 1 대 1 상담과 모의면접이 특히 도움이 됐죠.” 각종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 덕에 그는 이달 말 삼성디스플레이 입사가 확정됐다.
최씨는 알짜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으려고 중앙대의 학생경력개발 프로그램 ‘CAU 레인보우 시스템’을 수시로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이 시스템은 입학부터 졸업 후까지 생애주기 맞춤형 경력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 비전, 진로 선택, 역량 개발, 취업 지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담, 커뮤니티 등 7개 세부 영역으로 나눠 효율성을 높였다.
중앙대는 글로벌 학생 창업도 독려하고 있다. 학내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팩토리·콤플렉스를 만들어 창업 교육부터 아이디어 시제품 제작, 창업펀드 투자 유치까지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앙대는 ‘2017 이공계 대학 평가’ 종합순위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SKY)에 뒤졌으나 정량평가 순위는 SKY를 앞질렀다. 평판도를 제외한 객관적 평가지표에서 SKY보다 나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간 꾸준히 대학 개혁에 나서 부문별로 고른 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중앙대는 2008년 두산그룹이 학교법인에 참여한 이후 3000억원 규모의 대대적 시설 투자로 캠퍼스 풍경을 바꿨다. 중앙대 관계자는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을 학교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면서 교육·연구 투자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처럼 종합순위보다 정량평가 순위가 높은 대학의 특징은 우수한 실적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종합순위 7위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14위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은 정량평가에서는 각각 3계단 위인 4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인천대, 금오공대, 한국산업기술대 역시 정량평가 순위가 종합순위보다 높았다.
이들 대학은 공통적으로 창업 및 취업지원 부문의 성적이 뛰어났다. 정량평가 항목 중에서도 오랜 기간 쌓인 교육·연구 지표나 배점이 낮은 산학협력 지표에 비해 취·창업 관련 지표가 개선 여지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는 “평판도나 대외 인지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대학의 노력에 따라 상대적 변동폭이 큰 정량평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년제 종합대 가운데 동국대도 정량평가에서 SKY를 추월했다. 인문계 전통이 강한 불교계 종합대학이지만 최근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학과에 상관없이 전교생이 소프트웨어 교양과목을 필수 이수토록 함으로써 ‘이공계 DNA’를 심었다. 2011년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 개교로 학교 차원에서 이공계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과 한의과·의과·약학·바이오대학을 집적한 바이오메디캠퍼스는 융복합 연구, 기술 이전 및 사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동국대 인문계 인프라와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목표다.
산학협력 친화 시스템을 통한 체질 변화도 효과를 보고 있다. 학과와 유관 산업체가 함께 협의회를 꾸려 산업체 요구를 주기적으로 교과목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교수도 산업체 맞춤형으로 바꾸고 있다. 이의수 동국대 기획부총장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에 따라 뽑는 산학협력중점교수뿐 아니라 일반 교수 채용 시에도 산업체 경력을 우대한다”며 “산학협력 실적을 교수업적평가 지표로 넣고 반영 비율도 높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KAIST 성균관대 순의 정량평가 1~3위는 종합평가 순위와 동일했다. 정량평가 세부 지표인 ‘교육의 질’은 포스텍, ‘연구의 질’은 KAIST, ‘산학협동 및 기술실용화’는 성균관대가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창업 및 취업지원’ 지표는 고용노동부가 설립·지원하는 코리아텍이 1위였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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