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쓰이는 대변, 전문진료팀까지 꾸리는 병원들

입력 2017-06-12 14:23   수정 2017-06-12 14:23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건강한 사람의 대변으로 장염을 치료하는 병원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변이식술을 통해서 입니다.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이 치료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진료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변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으로 환자의 장에 뿌려주는 치료법입니다.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치료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정상보다 많아져 설사 발열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합니다.

정상인의 장속에도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살고 있습니다. 항생제 치료 등으로 장속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이 균이 갑자기 많아져 위막성 대장염 같은 질환이 생깁니다. 세균이 많아져 염증이 생긴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으로 인한 장염 환자는 항생제 치료로 특정한 균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잘 듣지 않습니다. 초기 치료가 되더라도 환자 35% 정도가 재발합니다. 이 때문에 환자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거대결장, 장천공, 쇼크 등으로 인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감염이 생겨 항생제를 쓰는 환자에게 이 병이 많습니다. 국내서도 수술치료가 늘고 감염에 취약한 노인이 많아지기 때문에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해외 의료진들은 항생제 치료가 어려운 이 질환을 고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의 균형에 주목했습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치료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입니다. 대변에 식염수를 섞어 묽게 만든 뒤 미생물 용액을 환자의 대장에 바르는 방식인데요. 미국 유럽의학계에서는 90% 이상의 환자에서 치료 성공율을 보인다고 보고됩니다.

환자에게 대변을 제공하는 사람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건강해야 하고 장내 병원균이나 기생충에 감염돼도 안됩니다. 대변이식으로 환자에게 새로운 질환을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염환자, 헬리코박터균 보균자, 감염성 질환자, 당뇨환자, 비만인 사람도 대변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이 같은 조건을 통과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도 운영됩니다. 박수정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관련 시설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구가 축적되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신의료기술이라는 것은 부담입니다. 치료비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치료가 늘면 대변이식술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환자 치료비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끝) /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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