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특급 호사"…호텔 PB상품 바람

입력 2017-06-12 17:27  

침구·커피·디퓨저·김치 등 호텔 PB 제품 다양해져
과열 경쟁에 수익 다변화…'집에서 휴식' 트렌드와 맞아



[ 이수빈 기자 ]
‘조선호텔 거위털 침구에서 자고 일어나 메리어트호텔 커피를 내려 마신다. 거실에서는 더플라자 로비 향기가 난다. 워커힐 명월관 장향소스로 불고기를 만들어 롯데호텔 김치와 함께 먹는다.’ 각 호텔이 내놓은 자체상표(PB) 제품들을 활용하면 집에서도 가능한 모습이다.

대형마트·백화점에 이어 호텔들도 PB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가정집 안에 호텔을 옮겨놓는다는 게 이들 상품의 콘셉트다. 호텔이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려는 호텔업계와 큰돈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호사를 누리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호텔 PB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과거 호텔 PB 상품은 김치, 곰인형 등이 전부였지만 최근엔 커피 소스 주류 디퓨저 침구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식품에서 디퓨저까지 다양

더플라자는 ‘P컬렉션’이란 브랜드로 자사 호텔 로비에서 나는 유칼립투스 향의 디퓨저를 판매 중이다. 더플라자 직원들은 이 향을 향수로 제작해 뿌린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P컬렉션 디퓨저는 지금까지 2000개 이상 판매됐다. 특히 30~40대 주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이 외에 호텔 객실에 비치된 순면 목욕가운,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쓰는 젓가락 세트도 PB로 판매한다. 침구류도 출시할 계획이다.

호텔에서 사용되는 식기도 구매할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에서 접시를 판매하고 있다. 보칼리노에서 사용하는 접시는 112년 전통 프랑스 식기 브랜드인 레글르에서 맞춤 제작한 제품이다. 보칼리노 분위기에 맞춰 밀라노 이미지를 표현했다. 보칼리노 PB 식기는 1인분 파스타를 담을 수 있는 접시, 국이나 찌개를 1인용으로 담을 수 있는 수프 접시 등이 있다.

PB 식품은 김치뿐 아니라 소스, 커피, 주류 등으로 다양해졌다. 워커힐은 청정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3월 워커힐 한식당 명월관의 장향소스를 출시했다. ‘장향갈비양념’과 ‘장향불고기양념’이다. 앞으로는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웨스틴조선, 밀레니엄 서울힐튼, JW메리어트,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은 자사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 원두를 판매한다. 해비치는 ‘보데가 알세뇨 페드로 루이’ 와인을 독점 출시했고,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은 중국에서 독점 수입한 고량주를 중식당 천산에서 ‘천산 중국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호텔에서 쉬는 듯이 집에서

업계에서는 호텔마다 PB 제품 판매에 나서는 이유를 수익성 악화에서 찾는다. 4~5성급 호텔이 계속 생겨나 공실률이 높아지자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PB 상품 판매로 눈을 돌렸다는 것. 나만의 공간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요즘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PB 상품을 총괄하는 허정대 파트장은 “과거엔 호텔에 와서 여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호텔 분위기를 느끼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PB 상품은 호텔 브랜드를 알리고 매출 증가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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