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을 울리는 취업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짓으로 유료 스터디모임을 모집하거나 구직자들을 속여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둔갑시키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A씨는 최근 취업 카페를 통해 국내 C대기업 공채대비 스터디에 가입했다. 하루 공간이용료 5000원을 부담하고 인적성과 면접을 준비하자는 취지의 글을 보고 지원한 A씨는 하루 만에 사기를 당한 것을 깨달았다.
구직자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하자는 내용의 게시글과 달리 A씨가 지원한 스터디 모임은 한 취업 컨설팅기업이 진행하는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당초 글에는 유료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이 없었다. A씨는 "안 그래도 힘든데 생각지도 못한 사기 수법에 멘붕(멘탈 붕괴)했다"고 말했다.
입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고 속여 구직자들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취준생 B씨는 올해 상반기 한 물류기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출입증과 보안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체크카드를 제출한 B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주 새 B씨의 카드에서 여러 번 100만~300만 원 가량의 돈이 입·출금된 것이었다. 최근 통장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대포통장 이용이 어려워지자 아예 구직자를 속여 인출책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알선을 미끼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녀를 대학 교직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는 빌미로 학부모 9명으로부터 4억여 원을 받은 유모 씨(48)는 취업 관련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이 전북 소재 한 대학 총장 비서 출신이라고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취업사기 행각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 경험자 47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46%가 "구직활동 중 취업사기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취업사기로 인한 정신적 피해(53%)가 가장 많았지만 금전적 피해(30%)도 적지 않았다. 금전적 피해를 경험한 취준생의 경우 "취업 연계 교육과정이라며 연간 교재비나 교육비 등 추가 결제 유도를 당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구직자 간 정보제공 게시판 등을 통해 기업 정보를 미리 파악하거나 명확하지 채용공고 링크는 접속을 피해야 한다"면서 "인사담당자 연락처가 신원이 불확실한 카카오톡이나 개인 휴대폰, 개인 계정일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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