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예결위 간사단 등과 오찬…"하반기 집행 도와달라"
야3당 "법적 요건 안돼"
내용도 세금 폭탄 퍼붓는 일회성 알바 예산 수준
여당 "과거 추경과 같다"
박근혜 정부 4년간 3차례 편성…대량실업·경기침체가 이유
[ 서정환 기자 ]
지난 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추경 요건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野) 3당이 “공무원 증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추경의 법적 요건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예결위 간사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해 추경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추경 편성 법적 요건 해당되나
이현재 한국당, 이용호 국민의당, 이종구 바른정당 등 야 3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추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가재정법에서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 또는 대규모 재해 발생 시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남북 경제협력 등 대내외적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에 따른 국가 지급 지출 발생 및 지출이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추경 요건과 관련해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4년 동안 세 번의 추경이 있었는데 늘 대량실업과 경기 침체가 이유였다. 이번과 다를 바 없다”며 추경안의 시급성과 절박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어떤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형식상 추경 편성 요건에 맞지 않고, 내용면에서도 세금 폭탄을 퍼붓는 일회성 알바 예산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렇게 세금폭탄을 투하해 일회성 알바 수준 일자리를 만들어선 오히려 미래 세대에 또 다른 재앙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재정이 대규모로 들어가는 만큼 국회 차원의 신중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주 “추경에 포함된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방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엔 교육훈련비를 100억원만 반영했지만 향후 이들에게 들어갈 예산이 연간 5000억원에 달하고 이들이 정년까지 30년을 근무한다면 총 15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증원하기 전에 공무원의 직간접 총보수를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당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승부수에도 추경안 국회 통과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규모나 내용에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야당이 이번 추경안의 핵심인 공무원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예산을 물고 늘어지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더구나 청와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할 태세다.
문 대통령은 이달 추경안 처리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대상으로 한 설득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시간20분간의 오찬간담회에서 “추경 요건이 되느냐 그런 의혹도 있을 수 있는데 국가재정법상 대량실업이라든지 경기 침체 같은 게 추경 요건으로 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라든지 이런 쪽의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내수를 더 진작시키고 고용만 더 만들어낸다면 내리막길을 걷던 성장률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꼭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이제 우리 국회가 문재인 정부가 내민 손을 굳게 맞잡아 대승적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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