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물러난 이멜트
취임후 16년간 주가 30% 하락…행동주의 투자자에 압력 받아
추진 중인 사업엔 긍정적 평가도
플래너리 지명에 주가 급등
재무에 능통…M&A 잇단 성사
헬스케어서 뛰어난 경영능력 발휘
이멜트 "조화 이룬 인물" 평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시 짜나
기존 사업 집중이냐, 재편이냐
연말까지 구체 계획 내놓을 듯
[ 뉴욕=이심기 기자 ]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사임이 발표된 12일(현지시간)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는 전날보다 3.6% 급등한 28.94달러를 기록했다. 기업 가치가 하루 만에 90억달러(약 10조원) 급증했다. 시장이 GE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된 존 플래너리 헬스케어부문 대표에게 축포를 쏜 셈이다. 16년간 GE를 이끌어온 이멜트 회장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모펀드 CEO에 가까운 재무전문가
오는 8월 취임하는 ‘구원투수’ 플래너리 대표는 GE에서만 31년째 근무 중이지만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GE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에 능통한 사모펀드 CEO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출신으로 1987년 GE캐피털에 입사한 플래너리 대표는 인수합병(M&A)과 매각, 신사업을 담당해 왔다. 2014년 독일 지멘스를 물리치고 프랑스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문을 170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프랑스 경제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인수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2013년 GE 사업개발팀을 총괄하면서 GE의 모든 사업부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지속가능성 여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을 거쳐 실적이 부진한 GE 가전부문은 중국 하이얼에 매각됐다.
플래너리 대표는 산업 전문가는 아니지만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때 매각 압박을 받던 헬스케어 부문을 2014년부터 맡아 지난해 매출을 182억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정상화했다. 이멜트 회장은 플래너리 대표가 “영업력, 전략, 친화력, 글로벌 시각 등에서 조화를 이룬 인물”이라며 “지금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사업 조정, 주가에 발목 잡힌 이멜트
GE는 이날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2011년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며 이멜트 회장의 퇴진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업구조 전환 부진, 에너지 분야 투자 실패, 행동주의 투자자 위협을 꼽았다. 발단은 주가 하락이 제공했다. GE 주가는 이멜트 회장이 취임한 2001년 9월10일 이후 16년간 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24% 상승했다.
주가 하락은 실적 부진과 동전의 양면이다. GE는 최근 13분기 중 10분기 매출이 월가 예측치에 미달했다. 2018년에 주당 2달러의 이익목표를 달성하겠다고 2015년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공수표’가 됐다. 급기야 2015년에는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스 펠츠가 이끄는 헤지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로부터 비용 삭감과 경영 참여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멜트 회장은 그해 GE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당시 회사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던 금융부문을 포함해 26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각했다. 대신 석유 및 가스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대형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를 300억달러에 인수하는 과감한 베팅을 감행했으나 국제 유가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원유 및 가스 시장의 침체가 GE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FT는 분석했다.
◆IoT로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이멜트 회장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자기가 하지 않을 땐 일이 쉬워 보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후임자인 플래너리에게 주는 충고지만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구조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멜트 회장 주도로 GE는 기관차부터 발전용 터빈, 항공기 엔진에 이르기까지 주력 제품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는 디지털산업 전략을 추진해 왔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시간이 흐르면 이멜트 회장의 시도가 성공할 것”이라며 “GE는 잠재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르면 내년 이멜트 회장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플래너리 대표에게 비용 절감 노력을 가속화하면서 이멜트 회장이 시작한 사업구조 전환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플래너리 대표도 WSJ에 “긴박감을 갖고 모든 사업 부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GE 사업부문 재편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WSJ는 관측했다.
셸리 라저러스 GE 사외이사는 “플래너리 대표가 GE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는 대담한 구상과 함께 냉정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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