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환 기자 ] “학제 간 칸막이 등 고질적인 ‘공대병’을 고치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15일 치러지는 서울대 공대 학장 선거 출마자들이 한국 공대의 문제점을 아프게 지적해 주목받고 있다. 출마자는 김태완·박근수·유상임·박종래·차국현·차상균 교수 등 여섯 명으로 역대 최대 숫자다.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융합을 막는 학제 간 칸막이 △논문 건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 △장기·도전적 연구 과제가 어려운 인센티브 체계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대엔 14곳의 산하 연구소가 운영 중이지만 특정 교수나 학부·학과의 전유물로 여겨져 통합·융합 연구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한 공대 교수는 “학내 자동차연구소만 해도 특정 과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해선 기계·컴퓨터·전기·재료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필요한데 서울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학과 간 장벽을 넘어 공동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서울대는 2008년부터 한 명의 교수가 두 개 이상의 단과대에 소속돼 강의하는 ‘겸무교수제’를 시행 중이지만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컴퓨터공학부는 34명의 교수진 가운데 겸무교수가 단 한 명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부는 57명의 전임교수 외에도 20명의 타과 교수들이 겸무교수로 활동한다.
논문 건수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학계 풍토에 대한 반성도 내놓았다. 한 후보는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급 논문 실적에 연연하는 기존 평가에서 벗어나 학과 간 특성에 맞는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공대는 올해부터 교수의 임용·승진 평가에 산학협력·창업실적을 반영하고 있지만 비중이 5~10%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젊고 우수한 연구자를 유치하기엔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도 공통된 견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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