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메시지보다 안정감 전달에 주력
기아車 K7·비씨카드·동서 카누라떼
배우 공유 앞세워 브랜드 선호도 1위
KT 기가지니·하이마트·아시아나항공
편안·건강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접근
[ 유재혁 기자 ]
올 상반기는 격변의 시기였다. 대규모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로 수습됐다. 미래를 가늠하기 힘든 혼돈의 연속이었다. 국민들은 저마다 국가가 나야가야 할 방향을 심각하게 숙고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신문과 브랜즈앤컴이 공동 조사한 ‘2017년 상반기 고객 감동 방송광고’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광고들은 혼돈의 시대에 위안받을 수 있는 ‘편안함’을 줬다는 게 공통점이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의 우수함을 남들보다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혼란한 사회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브랜드들이 지향한 광고는 소리치거나 튀기보다는 안정감을 더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했다. 이는 광고 모델의 활용에서도 나타났다. 뛰어난 외모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나 캐릭터 이미지를 중시했다. 소비자에게 편안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을 선호했다. 드라마 ‘도깨비’ 신드롬을 불러온 공유와 그의 편안한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들이 많았다.
기아자동차 올뉴 K7
이 광고에서는 ‘도깨비’의 주인공인 공유와 ‘도깨비’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가 야경 속에서 펼쳐진다. 시대 정신을 말하듯, 내레이션이 읊조린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세상의 진리다.”
대부분 자동차 광고가 우수한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 광고에서 기능성은 공유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가볍지 않고 품격이 있다. 이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유라는 모델 요인을 응답자의 38%가 꼽았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응답자가 13%, ‘영상이 좋다’ 11%, ‘품격이 있다’ 8%, ‘편안하다’ 5%로 각각 나타났다.
비씨카드
공유가 연인과 함께 해변의 다리 위를 걷는다. 여자는 오늘의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인들의 감미로운 데이트 장면이다. 공유는 연인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끝까지 경청한다. 이렇듯 배려하고 경청하는 모델의 이미지에 소비자들이 강력한 호감을 드러냈다.
모델의 매력과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6%에 달했다. 모델을 공유로 쓴 게 주효했다는 의미다. 일상적인 모습을 편안한 영상 속에 담은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공감대가 컸다.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영상이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라는 응답자도 전체의 18%에 달했다. 바닷가는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듯한 장소여서 경청하지 않아도 결례가 아니다. 하지만 공유는 바닷가에서도 연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비씨카드도 소비자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것이 비씨카드 광고가 전하려는 메시지일 듯싶다.
KT 기가지니
IT(정보기술) 기기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편리함을 준다. 반면 너무 개인적이거나 혹은 이기적인 속성으로 인간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기기 광고들은 언제나 ‘첨단’이라는 기능에 중점을 두고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그려왔다. 하지만 KT의 인공지능 ‘기가지니’는 이런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났다. 어쩌면 첨단 제품에 소외될 가능성이 큰 여성들을 통해 편리한 기능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다. 음성인식 기능을 미래의 첨단 보이스나 음향효과에 기대지 않고 여성들의 편안하고 일상적인 모임이나 파티 속에 스며들도록 했다. 사람과 기기가 하나 되는 편안한 제품임을 극대화한 셈이다.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로 활기차고 편안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14%에 달했다. 소비자 자신과 동세대의 친근감 있고 현실성 있는 모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응답자의 13%가 지지했다. 표현이나 상황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는 6%였다.
동서식품 카누라떼
동서식품 커피브랜드 카누와 배우 공유는 요즘 여성 소비자들에게 동등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 카누 광고에 대해 여성 소비자들은 모델이 공유라는 데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신제품인 카누라떼 광고에서도 공유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다.
특히 ‘도깨비’를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가 배가된 상태에서 맛도 부드러워진 카누라떼의 광고는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호소했다. 공유의 부드러운 미소는 여성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카누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모델 요인이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40%에 달했다. 넓은 공원을 배경으로 가볍고 경쾌한 기타 리듬을 꼽은 응답자는 11%로 집계됐다. 모델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응답자는 11%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힐링 광고로 선호도가 높았다.
롯데 하이마트
하이마트는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각인돼 있는 브랜드다. 최근 하이마트 광고는 노래를 중심으로 하던 패턴을 벗어나 다양한 모델을 활용해 젊고 밝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번 하이마트의 캠페인은 걸그룹 IOI를 통해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세정을 모델로 활용했다. 김세정의 밝은 모습을 통해 좋은 제품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한다. 응답자들의 양상도 비슷했다. 광고와 모델이 어울린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귀여운 분위기 14%, 밝고 쾌활하다 13%, 이해하기 쉽다 10%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모델의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광고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350
새로운 목적지를 중심으로 전개한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광고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언제나 편안한 탑승 환경이라는 느낌을 전해줬다. 최첨단 항공기인 에어버스 A350을 도입하면서 새로 도입한 이번 광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반 비행기와 차별화한 조종석 창문과 날개를 모티브로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는 고객의 모습을 포착했다. ‘지상의 편안함 그대로’라는 카피처럼 내일의 비행에서는 언제나 편안함이 소비자들의 최우선 선택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편안한 비행을 보여주는 영상 요인을 가장 많은 23%의 소비자가 꼽았다. 따뜻하고 품격있는 내레이션 요인에 대해 응답자의 13%가 꼽았다.
■ 어떻게 조사했나…소비자 패널 3600명 설문
한국경제신문과 브랜즈앤컴은 지난 3~5월 3600명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전체 TV 광고 선호도를 측정했다. 소비자 패널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0~59세 남녀로 구성했다. 조사 방법은 소비자가 최근 본 방송광고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내용을 직접 생각나는 대로 설문지에 쓰고, 브랜드 또는 기업을 적도록 했다. 좋아하는 이유도 다양한 질문을 통해 추가로 받아 분석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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