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VS 인터넷…영화 옥자발(發) '플랫폼 전쟁' 터졌다

입력 2017-06-14 19:54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 "극장·인터넷서 동시 개봉하겠다"
"영화 유통질서 무너질 위기"…CJ CGV·롯데시네마, 상영 거부
봉준호 "넷플릭스가 투자한 '옥자' 극장에 우선 상영권 줄 수 없다"



[ 유재혁 기자 ]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켜 영화업계 종사자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극장과 인터넷에서 동시 개봉하려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해야 한다. 가입자들 회비로 만든 영화인데 극장에만 우선권을 줄 수 없다. 결국 ‘옥자’를 일부 독립 극장들에서만 개봉하게 됐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판타지액션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옥자’의 극장·인터넷 동시 개봉 논란에도 불구, 제작 및 투자회사 넷플릭스가 동시 개봉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감독을 통해 밝힌 것이다. 극장 개봉 2~3주 뒤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해달라는 국내 대형 극장(대형 멀티플렉스)들의 ‘홀드백’ 요구를 최종적으로 거절한 셈이다. 이에 따라 동시 개봉 시 ‘옥자’ 상영을 보이콧하겠다고 공표해온 CJ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에서는 ‘옥자’를 볼 수 없게 됐다. 일부 독립 극장들만 ‘옥자’를 올릴 예정이다.

영화 콘텐츠 상영을 둘러싼 ‘플랫폼 전쟁’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작됐다. ‘극장·인터넷 동시 개봉이냐, 극장 개봉 뒤 인터넷 상영이냐’를 놓고 벌여온 힘겨운 샅바싸움이 결국 충돌 양상을 빚고 말았다.

“국내 영화 생태계 위협”

CJ CGV 측은 이날 “‘옥자’를 개봉하면 단기간에 상당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도 “‘홀드백’을 지키지 않으면 영화 유통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측도 “‘홀드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개봉하지 않기로 했다”며 “추후 재개봉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가박스는 다음주까지 상영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극장과 배급사는 대체로 2주의 여유 기간을 두고 예매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광고, 각종 프로모션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상영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세 대형 극장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2%다. 배급사 NEW 측은 “개봉일까지 2주 정도 남은 만큼 상영관 수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약 70개 극장이 상영 방침을 밝혔고 일부는 예매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영화 ‘옥자’ 동시 개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프랑스 극장업자들은 칸영화제에서 한목소리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의 대형 극장업자들도 ‘옥자’ 동시 개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에선 극장별로 입장을 달리해 분란이 커지면서 넷플릭스 홍보 효과만 키워줬다는 지적이다. CJ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다른 비즈니스 영역인 극장을 활용해 추가적인 마케팅을 하려다 보니 충돌하게 됐다”며 “지나친 욕심으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영화가 경쟁력 가질 것”

국내 대형 극장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옥자’를 보이콧한 것은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대표적) 업체와의 경쟁에서 장기적으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극장산업은 최근 3년간 사실상 정체된 반면, 국내 OTT 시장은 모바일기기 보급 확산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5년 3178억원에서 작년 4884억원으로 54%가량 늘었다.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져 인터넷과 동시 개봉할 경우 영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정보기술(IT) 발달로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되는 순간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또한 영화의 보존적 가치, 즉 보는 내내 방해받지 않을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옥자’는 미국 자본이 100% 투자한 미국영화로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이 모두 미국에 귀속된다. 미국 업체인 넷플릭스는 영화발전기금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한국영화산업에 기여하지도 않는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OTT 등 플랫폼의 다양화로 관객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길을 막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영화 관객은 “극장들의 보이콧은 결국 관객의 편의성을 줄이는 행위”라며 “판타지 액션영화는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이란 마케팅을 펼쳤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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