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말 강경화도 임명 강행 방침…자유한국당 "국회 일정 보이콧 할 수도"

입력 2017-06-14 20:14   수정 2017-06-15 06:22

한국당 불참에 오전 3인 인사청문회 파행
한국당 의원 자리에 '야당무시·협치파괴' 피켓
국민의당 "자진사퇴·지명철회" 가세…정국 급랭



[ 서정환/배정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정국이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청와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14일 열린 여당 의원 3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오전 한때 파행을 겪었다. 야당은 강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의사 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역대 정부, 30명 장관 임명 강행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까지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되면 내일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것”이라며 “강 후보자의 경우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외교적 현안이 급박해 더 짧게 기한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평균 5일의 재송부 기일을 정했지만 이번엔 2∼3일로 단축해 이번 주말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장관으로 확대된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후보자는 총 30명이다. 노무현 정부는 유시민, 이재정, 송민순 전 장관 등 세 명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뒤 야당으로부터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많은 후보자(18명)의 임명을 강행해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초기 ‘여야 합의’와 ‘국회 존중’을 강조했지만 당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9명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2013년 11월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민주당이 총력투쟁을 선언하면서 한 달 이상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내몰렸다.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 대처” 경고

강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면 이번에도 국회 운영에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강 장관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만이 살길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때는) 강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6월 임시국회에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개편안 등 개혁 입법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이 의사 일정을 거부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진통을 겪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의원총회를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늦은 오후 2시에 겨우 열었다.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한국당 의총장은 문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무시’ ‘협치파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공정위원장 임명을 강력 규탄했다. 일부 의원은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등을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협치파괴’ ‘5대 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라고 쓰인 피켓을 올려놓고 질의했다.

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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