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규제당국의 어리석은 '페튜니아 숙청' 명령

입력 2017-06-15 17:32  

헨리 밀러 -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교수(분자생물학)·의사

유전공학으로 태어난 작은 꽃
인간에게 어떤 해도 안주는데
꽃은 태우고 씨앗도 파괴 지시

품목당 시험비용 1억3600만달러
승인 받거나 상업화 엄두 못내

플루토늄과 똑같이 취급 받는
유전자 조작 식물 관련 규제
위험 비례한 감독으로 바꿔야



[ 김현석 기자 ]
정부 당국의 규제는 단순히 사회를 잘못 인도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멍청하기도 하다. 그런 전형적인 경우가 지난달 발생했다. 미국 농무부가 13종의 페튜니아를 없앨 것을 명령한 것이다. 길가에 피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던 이 작은 꽃들은 건강이나 자연환경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유전공학 기술로 태어난 이들 꽃은 기술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정부 규제를 위반해 왔다.

1980년대 품종 개량을 통해 세상에 나온 페튜니아는 지난 수십 년간 아무런 사고 없이 세계에서 팔렸다. 그런데 2015년 우연한 일로 갑작스레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핀란드의 한 식물학자가 헬싱키 기차역에서 밝은 오렌지색 페튜니아를 발견한 게 발단이다.

그는 이런 색깔을 가진 페튜니아는 30년 전 유전공학으로 조작된 덕분에 나온 것이지만 결코 상업화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줄기를 꺾어 연구실로 가져온 그는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외래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 페튜니아에는 선명한 색을 만들어주는 옥수수 유전자, 유전공학으로 새롭게 삽입된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한 종류의 바이러스 DNA가 들어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핀란드 규제 당국에 털어놨다. 핀란드 정부는 유럽과 미국의 관계기관에도 이를 통보했다. 그동안 이런 품종의 페튜니아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각국 규제 당국은 페튜니아에 대한 대대적 숙청을 시작했다.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아온 수많은 아름다운 꽃이 뽑혀나갔고, 씨앗은 파괴됐다. 미 농무부는 화훼상과 재배자들에게 꽃은 태우고, 씨앗은 갈아버리라고 명령했다.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는 식물과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을 지녔을지 모르는 ‘유해식물’의 수입과 이동을 오랫동안 규제해 왔다. 누군가 농무부 유해식물 명단에 포함된 식물을 미국의 경작지에 들여오고 싶어 한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떤 동식물도 목록에 있다면 정부 승인 없이 미국으로 들여올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사반세기 동안 이 같은 프로세스가 운영되면서 사악한 쌍둥이가 자라났다. 유해식물에서 나온 DNA가 한 조각이라도 포함됐다면 아무리 최첨단 유전공학을 통해 창조된 식물이라도 아예 배제해버리는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 유해식물의 정의는 뭔가 해로운 식물이지만, 이제는 ‘규제 품목’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변질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카테고리에 포함될 경우, 즉 사실상 모든 유전자 변형 식물은 그 잠재적 위험과 관계없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품목별 분석을 거쳐야 했다. 식용이라면 그 시간은 더 오래 소요될 수 있다.

만약 품목별 분석을 맡은 연구원이 금지된 페튜니아처럼 규제 품목에 속한 식물을 현장에서 시험하려 한다면 그는 광범위한 서류를 농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수년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뒤 농무부에 재배 및 판매에 대한 대량의 서류를 내야만 규제 완화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절차와 수많은 요구 사항으로 유전자 조작 식물은 개발과 시험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듀폰 곡물회사에 따르면 한 규제 품목당 평균 시험 비용은 약 1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막대한 금액이 바로 유전자 변형 페튜니아 개발자가 왜 법적 승인을 받지 않고, 상업화하지도 않은 이유일 것이다. 약 5000개의 종자를 5달러 내외에 팔아선 규제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미 농무부의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대우는 과학을 무시하는 것이다. 식물은 항상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하고 인간에 의해 번식되거나 곤충, 질병, 잡초, 제초제 및 환경 스트레스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왔다. 이를 통해 지난 50년간 곡물 생산량은 수십억 인구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극적으로 증가했다. 폐기된 여러 색깔의 페튜니아, 씨 없는 수박처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품종 개량은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미국 정부는 규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의 정도는 그 위험에 비례하도록 바꿔야 한다. 새로운 종류의 식물이라면 위험성은 독초 잡초 등의 수준에서 평가돼야 한다. 새 유전자가 어떻게 도입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유전자 발현이 다른 생물체나 자연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다. 헬싱키 페튜니아에 들어간 새로운 유전자는 독특한 오렌지 색조를 나타내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농무부는 그런 식물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고 부담스러운 규제를 가한다.

미 농무부는 화훼상들에게 유전자 변형 페튜니아를 허가 없이 파는 건 불법이라며 없앨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생각을 갖고 있다. 소니 퍼듀 미 농무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집행 자유재량권’을 주고 화훼상들에게 강제 집행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그는 또 재배자들에게는 꽃을 소아과병원 암 병동에 기부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페튜니아와 플루토늄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원제=Attack of the Killer Petunias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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