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발목 잡힌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들

입력 2017-06-15 17:56  



(조미현 정치부 기자)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과거 쓴 자신의 글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 교수 출신의 인사들이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해 오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일각에서는 이들이 쓴 글과 행태를 비교하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하고 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대표적입니다. 서울대 법대 교수인 조 수석은 책은 물론 신문에 글을 많이 써왔습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내각에 참여할 인물들의 검증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과거 글에서 인사와 관련 엄격한 기준 내세운 것과 달리 검증이 빈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 수석은 2010년 8월 한겨레신문에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란 칼럼에서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 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며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나던 때입니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문재인 대통령이 초반부터 지명한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조 수석은 페이스북 글에서도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에 대해 “미국 같으면 애초에 청문회 대상도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검증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007년 혈중중알코올농도 0.1%를 넘는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면허가 취소된 사람입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쓴 칼럼과 책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는 2014년 광주일보에 기고한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칼럼에서 “음주운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만약 청문회에서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정직한 것인가?”라며 음주운전을 시인하는 내용을 썼습니다.

안 후보자는 또 지난해 출간한 ‘남자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안 후보자는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을 두고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 성매매와 관련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고 책에 기술을 했습니다. 안 후보자는 “악의적 발췌”라고 반박했지만 여성관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은 2007년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책에서 ‘콘돔 사용은 성관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테러를 당한 기분’ 등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비교적 최근 글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이 후보자들의 저서와 칼럼을 검증 과정에서 사소하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은 후보자의 평소 생각과 철학을 알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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