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이대 총장 "교수·학생 소통 시대 열겠다"

입력 2017-06-15 18:13  

첫 직선제 총장 기자간담회 "연구자에 밤샘탁아 서비스 제공"


[ 성수영 기자 ] “초유의 대통령 탄핵도, 학내 분규도 모두 불통에서 비롯됐습니다.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사진)은 15일 서울 대현동 교내 총장 공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학내 소통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김 총장은 등록금 심의 과정 등 학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대학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대학 평의원회에 참여하는 학생 대표 수를 한 명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대학원생이 사제폭발물을 제조해 지도교수를 다치게 한 사건도 인권과 소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교수와 학생 관계는 여러 인간적인 면으로 얽혀 있기에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모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학생 인권, 교수의 교권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학위과정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갑을관계나 권력관계가 나올 수도 있다”며 “문제를 조정하고 갈등을 이완할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어 연구와 교육 환경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연구자에게 주말 탁아나 밤샘 탁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학내 남성 연구자에게도 필요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여대생으로서 이대생이 겪는 어려움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장은 “이대생은 평소 한국의 여성 폄하·비하 문화와 맞물린 ‘여혐’(여성혐오)의 대표적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이화에 대한 명예 훼손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어머니를 뜻하는 ‘혜숙 마마’가 별명일 정도로 이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과 눈높이를 맞춘 ‘소통의 리더십’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간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지난달 이대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 선거에서 학생들에게 95.41%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김 총장은 이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철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이대 철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 당시 총장 퇴진 시위에 나선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며 교수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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