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공동대응 논의
[ 서정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37일 만에 야당과의 협치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야 3당의 거센 반발에도 문 대통령이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 AS센터’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야 3당의 일치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밝혔다”면서 “야 3당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내 갈 길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완벽하게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이고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긴급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자질과 능력의 검증장이 아니라 의혹 부풀리기와 발목 잡기로 전락해버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을 놓고 야당을 향해 ‘퇴행적 정치 행태’,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는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국회에서 전격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회동 개최를 놓고 진통을 겪은 끝에 시간과 장소를 비공개로 해 이뤄졌다.
야 3당은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향후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 우리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각종 현안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을 하고 야 3당이 긴밀히 협력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정국 경색이 불 보듯 뻔하니 임명을 재고해달라는데 (야3당의)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야당이 향후 인사청문회 참여를 거부할 경우 정부 조각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면 대통령의 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일까지 감안할 때 한 달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지 37일째지만 17개 부처 가운데 장관 임명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일하다. 첫 총리 후보자 지명부터 조각 완료까지 이명박 정부에선 45일, 박근혜 정부에선 83일이 걸렸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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