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말테르 지음 / 용경식 옮김 / 제3의 공간 / 304쪽│1만4000원
[ 심성미 기자 ] “완전히 비정치적 문학은 존재할 수 없으며, 특정한 사안에 대해 중립을 지킬 수도 없다.”
《동물농장》과 《1984》를 쓴 조지 오웰(1903∼1950)은 철저하게 시대의 증인으로서 작가의 역할을 다했다. 그가 비판해 온 전체주의 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인간 내면에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빅브러더’의 감시 속에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1984》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베스트셀러 목록에 재진입한 이유기도 하다.
46세에 생을 마감한 오웰은 자신에 대한 어떤 전기도 쓰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렇다면 스테판 말테르 프랑스 클레르몽페랑대 현대문학 교수는 이 유언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이 책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오웰의 최종 목표는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문학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저자는 버마(현 미얀마)에서 제국 경찰로 복무한 일을 꼽는다. 저자는 오웰이 버마에서 영국 제국 관리로 일하면서 트라우마를 얻었다고 서술한다. 그는 식민지 주변부 국민을 억압하는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일했다. 부당한 이유로 식민지 주민을 처벌해야 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했다. “그런 입장에서라면 정확히 나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그런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나는 아주 싫었다.”(117쪽) 결국 오웰은 경찰 옷을 벗고 26세 때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었다.
버마 시절에 이어 오웰의 문학관에 큰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사건은 스페인 내전이다. 파시즘에 대항한 민병대 일원으로 스페인에 건너간 그는 그곳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확신을 얻었지만 곧 좌파 진영 내 세력다툼으로 탄압받았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글을 써도 출판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스페인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굳혔지만 진영 간 세력 다툼으로 부당하게 배제당한 뒤 오웰은 스페인에서 돌아와 정치적 글쓰기에 완전히 투신한다. 우화 형식의 풍자로 전체주의의 실상을 폭로한 《동물농장》(1945년작)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작가로 이름을 날린다. 이후 폐결핵과 싸우면서 “이 빌어먹을 소설을 끝내는 것”을 마지막 목표로 1948년 11월 《1984》를 완성했다. 1949년 6월 이 책의 초판이 나왔지만 책 작업으로 건강이 크게 나빠진 오웰은 이듬해 1월 숨을 거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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