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 "인류문명 이끈 초사회성…AI로 발전·퇴보 기로에 서"

입력 2017-06-15 19:02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 울트라 소셜


[ 심성미 기자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21세기 과학을 총동원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증명해냈다. 그가 낸 신작 《울트라소셜》(휴머니스트)에서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거꾸로 인간의 과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늘어났다”며 “지금까지 인류 문명이 어떻게 형성됐고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인간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 수 있었던 건 인간의 ‘사회성’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강력한 사회성을 ‘초사회성’이라고 부른다. 진화생물학, 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 년간 수행된 연구를 망라해 인간의 초사회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실제로 그 행동을 할 때 나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것과 똑같은 일이 일어나게끔 해주는 ‘거울신경세포’는 인류에게만 존재한다. 인간에게만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뤄 짐작하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만 있다. 모방과 학습, 전수 능력도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이다. 장 교수는 “인류 사회에서 ‘스티브 잡스’가 출현하면 인류는 그가 이룩한 결과물을 출발점으로 삼고 다시 시작하는 데 비해 침팬지는 모방하고 축적하는 능력이 없어 문명을 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명사에 ‘배려와 공감의 역사’라는 이름표를 붙여도 되는 걸까. 수천 년간 인류는 ‘나’와 ‘우리’를 구분 짓고 침략과 찬탈, 파괴를 일삼은 것이 사실이다. 장 교수는 “초사회성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된 것도 맞다”면서도 “인간 초사회성의 역치값이 100이라면 지금은 60~70인 상태로, 지금의 인간 문명은 사춘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아직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그러나 “인간의 표정을 읽고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 지금, 인간의 초사회성은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간의 사회성을 극대화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장 교수는 “반대로 영화 ‘허(HER)’에서처럼 사회에서 인간이 필연적으로 느끼는 소외감 등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 기계와의 소통에 의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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