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흙 필요없어요" 영양수로 키운 채소…병원 속 '식물 공장' 오박사

입력 2017-06-15 19:39  

농업 프런티어 - 오정심 국제성모병원 통합의학연구원 파트장

5단으로 쌓아 키우는 식물공장…실제 재배면적 1000평 넘어
무공해·여린잎…환자·노인에 '딱'
병원·실버타운 식재료로 공급



[ 고은이 기자 ] “딸기 제철이 언제일까요. 부모님께 여쭤보면 초여름이라고 하세요. 저는 봄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겨울 과일이라고 합니다.”

오정심 국제성모병원 통합의학연구원 파트장(이학박사)은 농업 기술의 발달을 이렇게 설명했다. 딸기 농사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제철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딸기가 곧 ‘사계절 과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식물공장처럼 사시사철 같은 환경이라면 언제든 달고 맛있는 딸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파트장은 인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 식물공장인 ‘마리스가든’을 이끄는 책임자다. 이 병원 건물 지하 1층에 식물공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4년 넘게 이곳을 지켜왔다. 식물공장 규모만 760㎡(약 230평). 5단으로 쌓아 키우기 때문에 실제 재배면적은 3300㎡(약 1000평)가 넘는다.

▷병원 안에 식물공장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세계적으로 첫 사례다. 요양원에서 작은 수경재배 시설을 놓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대규모 시설을 두고 있는 곳은 없다. 이곳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병원 환자식으로 공급한다. 연구소를 따로 두고 공장에서 재배한 채소 영양과 효능도 연구한다. 채소 음료나 보조제 같은 상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

▷노지 채소와는 어떻게 다른가.

“우린 정수한 물을 쓴다. 일반 토양수는 황사나 미세먼지 속 중금속이 토양에 쌓여 중금속이 누적될 수 있는데, 식물공장 채소는 이런 오염으로부터 자유롭다. 정수한 물에 영양액을 넣는데 종류가 16가지다. 식물의 생장 단계에 따라 농도와 산도를 다르게 한다. 이산화탄소도 압축가스 대신 노루궁뎅이버섯을 활용해 공급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당연히 무공해다. 채소의 품질이 노지와는 달리 언제나 균일하다.”

▷수확한 채소는 어디에 쓰나.

“병원과 실버타운 식사용으로 수확량의 70% 이상이 나간다. 나머지 30%는 병원에서 시장을 열어 팔기도 하고, 계약한 쌈밥 식당에도 판매한다. 환자들의 반응은 좋다. 채소가 훨씬 부드러워 환자나 노인들이 씹기에 편해서다.”

▷농산물은 흙에서 자라야 한다고 많이 생각한다.

“365일 같은 환경에서 크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완벽한 재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고들빼기를 예로 들면 특정 기온과 습도, 일조량에서 고들빼기 안의 아미노산이 가장 많이 생성된다. ”

▷그 대신 비싸지 않나.

“아직 많이 비싸다. 상추 기준으로 유기농 로컬푸드라고 나오는 게 ㎏당 8000~9000원이면, 우리 채소는 1만5000원이다. 재배할 때 돈이 많이 든다. 우선 전기요금이 평당 1만원, 수도요금도 따로 나간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마리스가든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병원이라 운영이 가능하다.”

인천=FARM 고은이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096256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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