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선/김형규 기자 ] 이달 30일 경기도 소재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A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중단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분양이 늦춰지면 당장 금융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업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 회사는 한 달에 금융비용만 6억원을 들이고 있다. 정부의 분양보증 중단으로 분양이 두 달 지연되면 12억원이란 돈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 분양이 최대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로 미뤄지면 흥행 성공 가능성도 낮아진다. A사 관계자는 “왜 하필 최대 성수기에 분양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선 때문에 한 차례 분양을 연기했는데 분양보증 중단 사태까지 발생해 성수기를 다 놓치게 됐다”고 푸념했다.
◆최소 2주 이상 분양 올스톱
분양보증은 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분양대금의 환급을 HUG가 책임지는 제도다. 분양보증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을 받을 수 없어 건설사로서는 분양이 불가능해진다.
HUG의 분양보증 전면 중단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다음주 초 정부의 부동산 과열 대책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HUG는 정부 대책의 시행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보증을 중단할 예정이다. 김성오 HUG 심사평가처 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법령 정비가 완비될 때까지 분양보증 업무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 기간, 청약 1순위 요건 등을 강화하는 ‘청약조정지역’이 확대되거나 기존 청약조정지역에 적용하던 규제 수위가 더 높아지면 정부는 시행규칙 또는 시행령을 변경해야 한다. 통상 시행규칙 개정에는 2주 이상, 국무회의 의결 절차 등이 필요한 시행령 개정은 한두 달 이상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내놓을 대책의 수위와 법령 개정 폭에 따라 분양보증 업무 중단 기간이 좌우되는 셈이다.
분양보증 중단 조치는 지난해 11월3일의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 대책이 발표될 때도 단행된 적이 있다. 당시엔 시행규칙 개정에 그쳐 HUG는 약 2주 뒤인 11월15일 보증업무를 재개했다.
정부는 다음주 초 부동산 시장 과열과 관련 된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청약 열기가 뜨거운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 못마땅해 아예 분양시장 자체를 중단시키는 초법적 단속에 나선 셈”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20~30여 개 단지 발 동동
분양시장은 당장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HUG의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일선 지자체에서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입주자모집공고 등 청약 일정을 진행할 수 없어서다.
HUG에 따르면 지자체의 분양승인을 앞두고 분양보증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10여 개다. 서울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외에 용산구 한강로3가의 ‘용산 센트럴파크 효성 해링턴 스퀘어’, 수색 4구역의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경기 고양시 지축동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 등이다.
다음달 분양을 준비 중인 곳까지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30여 개 사업지의 분양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개장을 앞두고 사전 품평회까지 마쳤는데 분양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HUG는 이미 분양신청서가 접수된 현장의 보증서 발급도 중단했다.
분양시장을 정조준한 이번 조치가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집값 상승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정부가 사업장별 형평성과 막판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공급 부족을 더 심화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선/김형규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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