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이탈리아의 초록 심장'에서 맛보는 트레비아노 화이트 와인의 청량감

입력 2017-06-18 15:13  

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오르비에토' 와인


설레는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올여름엔 천천히 걷고, 먹고, 마시기 좋은 슬로 시티로 떠나보면 어떨까? 세계적인 슬로 시티의 발상지는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Umbria)주(州)의 오르비에토(Orvieto)시다. 움브리아는 반도의 한가운데 콕 박혀 있는 산림지대여서 ‘이탈리아의 초록 심장’이라 불리곤 한다. 고대와 중세의 유적이 남아 있는 오솔길이 소란스러운 관광지와는 달리 고즈넉하다. 숲과 시냇물이 이루는 맑은 공기도 도시의 열기와 달리 청량하다. 가업을 이어오는 작은 가게와 식당들에서는 저마다의 비법으로 만든 고기, 치즈, 파스타 등을 선보인다. 우리가 김장하듯 소시지를 만들어 두고 먹는 고장이라 각종 소시지와 생햄도 넉넉하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귀한 송로버섯 생산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비옥한 함지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트레비아노, 샤르도네 등의 품종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움브리아는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할 때 들르면 좋다. 두 도시를 잇는 기차에 탔을 때 동쪽으로 펼쳐지는 전원 지역이 바로 움브리아다. 오르비에토시 인근에는 14세기에 지어진 성이자 와이너리인 카스텔로 델라 살라(Castello della sala)가 있다. 세계적인 와인 명가 안티노리(Antinori)가 소유한 곳인데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화산토가 퇴적된 이 지역 토양은 포도 생장에 최적입니다. 고대 에트루리아 사람들에 의해 포도가 재배되기 시작했죠. 중세시대엔 교황과 왕, 귀족의 성찬에 와인이 올랐습니다.” 와이너리 안내자가 지도를 펼쳐 보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카스텔로 델라 살라의 포도밭은 해발 200~450m 언덕에 자리합니다. 트레비아노, 그레케토,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세미용 등의 품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름에 마시기 좋은 품종이 주를 이룬답니다.”

먼저 시음한 것은 올봄에 병입한 ‘브라미토 2016(Bramito 2016)’이었다. 샤르도네 품종 100%로 만든 와인이다. 각종 햄, 치즈와 곁들였더니 와인의 적절한 산미가 음식의 짠맛을 부드럽게 씻어주며 잘 어울렸다. 이어서 샤르도네와 그레케토로 만든 ‘체르바로 델라 살라(Cervaro della Sala 2015)’도 시음했다. 앞서 마신 것보다 좀 더 유연하면서도 힘찬 물결이 입안을 채웠다. 고기를 다져 넣은 진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와 궁합이 좋았다.

몇 가지 와인을 더 시음한 뒤 지하 와인 저장고를 돌아봤다. 지난해까지 안티노리의 사장이었던 피에로 안티노리의 개인 저장고다. 피에로는 올봄에 가문의 26대손인 그의 장녀 알비에라 안티노리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줬다. 그의 가족은 종종 이곳에서 식사하거나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동굴 같은 지하 저장고에는 안티노리의 보석 같은 와인들은 물론, 전 세계 명산지의 와인들이 간직돼 있었다. 둘러보는 내내 몇 번이나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근사한 것이 많았다. 마치 보물창고를 훔쳐본 기분이었달까. 인접한 토스카나에 멋진 와이너리를 가진 안티노리가 이곳에 개인 셀러를 둔 것을 보면, 역시 이 지역은 고요한 휴식을 주는 고장임이 분명하다. 올여름 로마나 피렌체로 떠날 여행자라면 두 도시를 잇는 철도에서 잠시 내려 평온한 움브리아 지방의 여유를 경험해 봐도 좋지 않을까.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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