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9개국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타르는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1위 수입국이고,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이번 단교 사태가 ‘내 편이냐 네 편이냐’의 싸움으로 번질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타르와 장기 계약을 맺고 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로부터 가스 수입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단교 사태가 장기화하면 LNG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LNG 수입의 37%를 카타르에 의존한다.
단교 사태가 중동 금융 경색이나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은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이다.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 석유기업 로열더치쉘 등의 주요 주주다. 한국투자공사도 QIA와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카타르 단교 사태가 지역 건설 공사에 미칠 영향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17개 업체는 총 26건, 110억달러 규모의 건설 공사를 카타르에서 진행 중이다. 장기 계약을 했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건설 자재와 장비 이동 등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스포츠에서도 카타르 단교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33년 만에 카타르에 2-3으로 패했다. 한국 대표팀은 UAE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한 뒤 카타르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단교 사태로 교통이 끊겨 쿠웨이트를 경유해 카타르에 입국해야 했다.
그 전까지 카타르는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나라였다. 1993년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가 일본을 상대로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일본을 제치고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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