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친시장이 경제개혁의 키워드
방만한 공공부문 혁신은 또 다른 승부수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가 거침없다. 39세인 이 정치 신예는 지난달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했고 최근 총선에서 전체 577석의 과반을 넘는 승리를 거뒀다.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거대 정당으로 변신했다. 프랑스 유권자는 그에게 조국의 장래를 맡겼다. 마크롱의 국가 개혁은 성공할 것인가.
대선과 총선 결과는 프랑스 정치 지형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를 몰고 왔다. 지난 60년간 프랑스 권력을 좌지우지한 공화·사회 양당 체제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드골, 퐁피두, 시라크,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끌어온 보수 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약해졌다. 사회당의 몰락은 더 극적이다. 미테랑, 올랑드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를 배출한 사회당의 추락은 너무 충격적이다. 안정적 의석 확보로 마크롱의 개혁 드라이브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랑수아 미테랑의 사회주의 정치실험은 두 번의 공동정부 구성으로 크게 훼손됐다. 자크 시라크는 총선 패배로 리오넬 조스팽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등 진보적 개혁을 견제할 수 없었다. 마크롱의 승리는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1981년 미테랑 사회당 정부 등장에 이은 세 번째 정치 빅뱅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프랑스의 미래는 없다”는 마크롱의 호소가 기득권에 안주한 정치권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추동력이 됐다.
‘경제 재건’이야말로 마크롱 개혁의 키워드다. 마크롱은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신음하는 프랑스 경제의 해법으로 노동개혁과 시장친화적 정책을 제시했다. 피에르 가타즈 경제연합회 회장은 조속한 노동개혁 방안을 주문했다. 3%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17년 전의 일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24.6%로 그리스, 포르투갈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3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이후 4년째 두 자릿수다. 독일의 5월 실업률은 5.7%로 통일 이후 최저 수치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인 하르츠 개혁과 개방적인 이민 정책에 힘입어 경제가 순항 중이다. 프랑스는 노동 법규가 3000쪽이 넘고 7개 강성 노조가 전국의 노사 협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근로자가 50명을 넘으면 노동 규제가 두 배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상공인이 제일 혐오하는 숫자가 50’이라는 개그가 회자된다. 퇴직금 상한제 도입, 초과 근로수당 축소 등 기업의 채용과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개혁 법안 제정이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방만한 공공부문을 손봐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는 것이 또 다른 승부수다. 프랑스는 공공부문 비중이 57%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0~40%보다 훨씬 높다. 총 조세 부담도 덴마크 다음으로 높다. 복지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31.5%나 된다. 국가가 지난 반세기 국민의 교육, 복지, 주거 등 민생 전반을 책임지는 보모 역할을 해왔다. 결과는 혁신 마인드 실종과 고세금 국가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12만 개 줄이려는 시도는 국가의 적정 역할에 관한 근본적 문제 제기다. ‘거대한 공공부문’과 ‘활기찬 시장경제’ 사이의 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 “프랑스인은 개혁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미테랑 전 대통령이 경고한 바 있다. ‘변화’와 ‘희망’의 바람을 정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역량이 탁월한 마크롱의 선전이 기대된다.
마크롱의 친(親)유럽연합(EU) 노선 천명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 3분의 2가 EU를 지지하고 있다. 취임 즉시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등 독·불 중심의 EU 체제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47%를 차지하는 독·불 없이는 유로존의 안정과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성장’과 ‘복지’라는 양날의 칼 위에 선 마크롱의 개혁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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