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우 기자 ] ‘남해 혈투의 데자뷔.’
이런 얄궂은 운명이 또 있을까. 18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카이도골든V1오픈 결승 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주 경남 남해에서 열린 먼싱웨어 데상트매치플레이에서 연장 접전을 펼친 이정환(26·PXG)과 김승혁(31)이 또다시 연장전 외나무 다리에서 맞닥뜨렸다. 2주 연속 같은 선수끼리 연장 승부를 벌이는 리턴매치는 극히 드문 일이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이정환이었다. 지난주의 아쉬운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며 생애 첫승을 거머쥐었다. 이정환은 이날 충남 태안 현대더링스CC(파72·715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승혁을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0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지 7년 만이다.
이정환은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해 첫승의 기쁨을 두 배로 키웠다. 코리안 투어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2015년 6월 이태희(33·OK저축은행)가 넵스헤리티지대회에서 기록한 이후 2년 만이다.
승부는 더 일찍 끝날 수 있었다. 16번홀(파5)에서 귀중한 버디를 뽑아냈을 때만 해도 추격자인 김승혁 박은신(27)과의 격차가 2타 차로 컸다. 하지만 첫승으로 가는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17번홀(파4)에서 찾아왔다. 대회 내내 안정적이던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해저드에 들어간 것.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한 그는 버디를 잡아낸 김승혁과 동타를 이루며 공동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18번홀(파4)에서 나란히 파에 그친 두 선수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두 선수에게 한 타 차로 뒤처져 있던 박은신도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회심의 버디 퍼트가 짧았다. 연장 첫 홀에서 이정환은 2m짜리 짧은 파 퍼트를 놓친 김승혁을 눌렀다. 2주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던 김승혁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티칭프로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이정환은 2007~2008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할 만큼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키 188㎝, 체중 81㎏의 큰 체격으로 독일 마르틴 카이머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스윙과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특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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