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식료품체인 홀푸드 137억달러 매입
월마트 등 기존 유통기업 '패닉'
자본 앞세운 페북·애플·구글…드론·자율주행차·VR 기기 등
전방위로 사업영역 확대
[ 이심기 기자 ]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 16일 식료품체인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뉴욕증시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의 주가는 급락한 반면 아마존은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첨단 기술을 앞세운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공세에 유통기업들 휘청
아마존 주가는 이날 2.44% 상승한 987.71달러로 마감하며 다시 1000달러 선에 근접했다. 장중엔 989달러까지 올랐다. 홀푸드 주가는 무려 29.1% 급등한 42.68달러를 기록하며 아마존의 인수가격을 넘어섰다. 반면 대형 유통주의 주가는 급전직하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회사인 월마트 주가는 4.65% 급락한 75.24달러까지 밀렸다. 식품 체인인 크로거 주가는 9.2% 하락하며 직격탄을 맞았고, 도매업체인 슈퍼밸류도 14.4% 폭락했다. 코스트코 역시 7.2% 내렸다.
월가의 투자분석가들은 아마존이 그동안 취약점으로 거론된 식품 유통에까지 진출하면서 월마트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4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홀푸드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독립사업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마존의 목표 주가를 기존 대비 13% 오른 1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마존의 매출이 월마트와 코스트코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에 한해 제공하는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가 확산되고 있고, 계산대가 없는 오프라인 식료품점인 ‘아마존 고’ 역시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는 물론 식품판매업체는 실적 둔화에 대한 커다란 우려를 안게 됐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유통업체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들의 시장점유율 및 마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리콘밸리 IT기업, 전방위 포식자로
WSJ는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를 IT기업의 새로운 영역 확장으로 해석했다. 소셜미디어 1위 업체인 페이스북이 드론(무인항공기)을 제조하고,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는 등 첨단 기술을 앞세운 테크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업영역까지 손을 뻗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대부분의 산업이 기술과 자본, 수많은 정보까지 갖춘 이들 소수의 기술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제조회사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자체 TV프로그램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은행의 영역이던 결제시스템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WSJ는 애플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도달하는 첫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 드론과 가상현실 하드웨어, 텔레파시를 통한 뇌 컴퓨터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인터넷 검색회사로 시작한 구글도 모기업인 알파벳을 통해 자율주행차 사업에 진출했으며 커다란 기구를 활용한 인터넷망 사업, 노화방지 제품 개발 등 생명 연장과 관련된 첨단 바이오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더욱 도전적이다. 가정용 태양광설비 개발 등과 함께 ‘화성 식민지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로켓 및 우주선 개발 등 우주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WSJ는 소수의 IT기업이 대규모 자본과 전문인력을 활용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기업을 인수하면서 산업계의 포식자로 성장하고 있다며 로봇공학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사업을 점령해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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