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 쏟아지는데…고준위방폐장 건설 '깜깜'

입력 2017-06-19 17:30   수정 2017-06-20 06:12

윤곽 드러난 '탈핵 정책'

2024년 임시저장소 포화
조기 대선 등에 묻혀 방폐장법 반 년 넘게
국회 논의조차 안돼…건설 로드맵 차질 불가피



[ 이태훈 기자 ]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지난 18일 밤 12시 가동이 영구중단되기까지 40년간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1391다발을 만들었다.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4호기 발전소 내 저장시설이 2024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 말까지 고리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새로 만들어 2025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다. 산업부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은 임시 보관용이고 궁극적으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지어야 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및 유치 지역 지원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이 법안은 국회의원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법안이 발의된 지 50일 후인 지난해 12월22일에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산업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 법안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2028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께 본격 가동한다는 정부 로드맵의 근거법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방폐장 건설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계속 보관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를 빨리 반출하라’는 지역 주민 반발도 클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법안이 늦어도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권 일각에선 “지난 정부에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 로드맵을 짤 때 시민단체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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