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고용시장 급변
젊은층에 집중된 진로교육, 성인 전체로 확대 서둘러야
고용 양극화 등 불평등 완화
[ 박동휘 / 김봉구 기자 ]
노무라연구소는 얼마 전 ‘우울한’ 전망 하나를 내놨다. 일본 노동 인력의 49%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란 보고서였다. 로봇과의 ‘직업전쟁’에서 패배한 인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글로벌 선진국들이 직면해 있는 과제 중 하나다. 19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진로교육포럼 2017’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진로교육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최한 ‘제8차 국제 진로개발·공공정책센터(ICCDPP) 심포지엄(글로벌진로교육포럼)’이 서울서 열렸다. 한국에서 치러진 것은 처음이다. ICCDPP는 전 세계 진로교육, 평생학습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유럽위원회 산하 비영리단체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데보라 로즈베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스킬비욘드스쿨 부문장은 “OECD가 2012년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래 직업을 물었을 때 대부분이 의사, 변호사를 선택했다”며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고용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로교육의 강화는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로개발이 교육과 고용 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열쇠”라고 했다.
진로탐색에 관한 한 한국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청소년들은 적성이 아니라 성적에 따라 대학에 가고, 대학은 이론과 지식 중심으로만 가르치는 닫힌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경쟁 위주의 대입 제도를 지양하고, 고교 학점제 도입 등 ‘교실 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참가자들은 전 생애에 걸친 진로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웬디 허시 국제고용연구소(IES) 명예연구원은 “선진국조차 정부는 주로 젊은 층에 진로교육과 관련한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성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박 이사장은 “평생교육이라는 관점에서 50대 초반의 참여율은 OECD 중 꼴찌”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진로교육이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톰 지지스 멧캐프재단 혁신 연구원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간 임금’이 사라지고 고임금과 저임금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직업세계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AI 시대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진로 컨설팅을 통해 중간 임금층이 탄탄해지면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학생, 근로자 등 노동 시장의 공급자를 중심으로 한 진로교육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시 연구원은 “기업은 직원들의 진로개발을 원하면서도 그들이 회사를 떠날까 두려워한다”며 “정부의 진로교육 정책을 기업과 고용주의 관점에 맞춰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용순 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국가 차원에서의 진로교육 정비는 기성세대가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준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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