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묵 기자 ]
일본 시마네현 오키제도 아마섬은 지방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외딴섬에 청년들이 찾아가 기업을 만들고 마을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살린 모델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온그룹 등 일본 대기업이 연수오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한 달에 한 개의 기업만 연수 신청을 받을 정도로 유명해진 섬이 됐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일본에서 발행된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사진)는 책을 읽고 지난 3월 아마섬으로 날아갔다. 자신이 생각해온 지방의 소멸을 막을 방안을 확인하고 일본 사례와 장점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도쿄의 대기업인 도요타를 떠나 외딴섬으로 찾아든 청년이 외지에서 온 청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을 살리고 섬에서 시골 벤처기업을 세워 성공한 비즈니스 생존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아마섬의 사례가 27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방 농어촌 문제를 고민해온 내 생각과 비슷했다”며 “결국 문제의 해답은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에 근무하다 섬으로 와 창업한 책의 공동저자인 아베 히로시에게 질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는 우리 같은 청년들이 없는가”라는 반응이었다. 김 본부장은 그때부터 귀향하거나 귀촌하는 ‘청년괴짜’에게 주목했다. 그동안 다져온 지방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그의 생각을 청년정책과 연결시키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혔다. 아베와 경북 귀촌 청년들의 공통점은 도시 생활에 지쳐 한가로운 시골생활을 동경한 것이 아니라 시골 농촌의 미래 가능성에 몸을 던진 청년들이라는 것이다.
경상북도는 우리 농어촌 산촌, 강촌의 경관과 스토리를 자원으로 농어촌에서 기회와 미래를 발견하는 청년을 불러들이고 이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본부장이 그린 농어촌 강촌 등 ‘삼촌(三村)마을’ 살리기의 꿈이 이제 청년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장을 누빈 행정가답게 행정가의 역할도 무시하지 않는다. 아마섬에서도 야마우치 미치오 정장(한국의 읍·면장에 해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야마우치 정장을 중심으로 직원들은 자주적으로 월급을 삭감했고 그 자본으로 산업을 일으켰다. 그러자 굴 양식 사업 등 몇몇 사업이 화제를 불러모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마섬은 23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10%가 이주자다.
김 본부장은 “아마섬에서 배울 게 여러 가지 있지만 인상 깊은 장면은 배가 떠날 때 방문객과 리본을 맞잡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섬 주민이 모두 나와 배가 떠날 때마다 리본의 끝을 마주 잡는 의식이 아마섬의 정신을 대변하고 아마섬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장소로 만들고 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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