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사업 물려받아 유통망 확장
공장 화재로 빚더미…오기 생겨
아버지가 개발한 기계로 식감 살려
혼밥족·캠핑족에 "맛있다" 입소문
매출 늘며 지난해 벤처기업 선정
[ 오경묵 기자 ]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2700㎡ 규모의 농산물 가공회사를 운영 중인 이아름 우리농산 대표(33·사진)는 귀향해 창업한 여성 청년기업인이다. 2009년 계명대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미국 연수 후 서울의 한 디자인 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지만 꿈꿔온 디자이너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아버지의 농산물 식품 가공사업을 이어받아 2012년 2월 창업했다”고 말했다.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은 이 대표가 새로 추진한 것은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는 상품 개발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이었다. 유통회사를 통해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에 납품해 오던 아버지 때와 달리 대기업과 수출까지 겨냥한 투자였다. 생산-제조-유통 전 과정에 위해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까다로운 심사와 서류작업을 거쳐 2014년 11월 인증을 획득했다. 2억원이 투입됐다.
유통 경로가 확대되면서 2013년 매출이 13억원까지 올랐다. 이 대표는 식품공학 전공이 아니어서 공부와 연구를 겸해가며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2015년 불의의 화마 피해를 봤다. 원인 모를 화재로 기계와 제품은 물론 HACCP 인증을 받은 기계장비까지 홀랑 다 타버렸다.
이 대표는 “뼈대만 남은 공장과 시커멓게 그을린 벽과 건물을 보고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보험을 들기는 했지만 얼마나 보상이 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억원 정도의 자본금에 공장부지와 기계 등을 도입하기 위해 20억원 가까운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버지와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식품가공회사로 수출기업이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이 대표는 28년간 외길을 걸어온 아버지의 경험과 기술을 전수받아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2년간 실패를 거듭한 끝에 상온에서 8개월이 지나도 끄떡없는 제품을 개발했다. 쌀 함유량이 40% 이상인 쌀국수용 생면의 잘 퍼지는 단점을 개선해 70%로 높여도 식감이 쫄깃쫄깃한 신제품을 만들었다. 월 1000만~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자 자신감이 생겼다. HACCP 인증도 새로 받았다. 지난해 4월 벤처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혼밥족을 위한 컵 라떡볶이를 개발했다. 끓이지 않고 물만 부으면 떡국이 되는 제품 등 신세대 취향에 맞는 편의성을 높인 가공식품을 줄줄이 선보였다. 화재로 영업을 못해 8억원으로 내려갔던 매출도 지난해 16억원으로 회복됐다. 이 대표가 개발한 신세대용 제품은 대기업 주문자상표로 납품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HACCP팀장, 정책자금 지원, 서무, 회계, 금융업무 등 1인 5역을 해내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해 현장 위생 점검부터 시작해 시스템 점검, 작업자 위생체크, 원료 검수와 재고 파악 등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언제 가는 줄 모른다”며 “처음에는 기업을 맡는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30년 가까이 쌓아온 아버지의 경험과 소중한 기술을 사장하지 않고 발전시킬 수 있어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공을 살려 신제품의 포장과 디자인은 모두 이 대표가 전담한다.
당찬 여성 청년 기업가지만 아버지 이능기 씨가 보기에 이 대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햇병아리 기업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버지가 뒤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대기업이 찾아와 주문을 할 정도로 유통업계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씨는 “떡국용 떡은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에서도 알아준다”고 말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떡볶이의 비결은 아버지 이씨가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기계 덕분이다. 이씨는 2012년 6억원을 들여 회전식 증자기라는 기계를 기계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이씨는 “좋은 재료를 쓸뿐만 아니라 곡물의 특성을 잘 알아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며 “30년간 익힌 노하우를 딸이 이어받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전자레인지가 적게 보급돼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국내 캠핑족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경산=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0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