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양도시 샌디에이고, 어떻게 '바이오메카' 됐을까

입력 2017-06-20 19:11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개막


[ 전예진 기자 ]
‘미국인들이 노년에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샌디에이고에 붙는 수식어다. 세계적 휴양도시인 샌디에이고가 세계적 바이오 중심지로 떠올랐다.

19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는 전 세계에서 1만6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공항 인근 호텔은 빈방을 구하기 어려웠고 투숙요금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샌디에이고가 바이오 중심지로 거듭난 것은 창업 생태계의 씨앗을 뿌린 선도기업, 대학의 인력 배출, 시민의 지원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시골 농대가 바이오 명문대로

샌디에이고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 3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하지만 나머지 두 곳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보스턴은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샌프란시스코는 스탠퍼드대에서 쏟아져나온 풍부한 인적 자원에 자금까지 몰리면서 자연스레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클러스터다. 관광, 군사도시다 보니 인재와 산업 기반이 부족했다. 박정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전무는 “창업 여건이 좋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샌디에이고는 한적한 시골 도시가 바이오 클러스터로 거듭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샌디에이고는 인재와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을 통해 바이오 클러스터로 변신했다. UC샌디에이고가 저명한 심리학자인 리처드 앳킨슨 스탠퍼드대 교수를 총장으로 스카우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5년간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농과대학이던 UC샌디에이고를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 대학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에서 육성된 인재들은 바이오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전문 역량을 쌓았다. UC샌디에이고의 명성이 높아지자 연구기관들도 몰려들었다. 샌디에이고 북쪽 라호야 지역에는 UC샌디에이고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스크립스, 소크, 번햄 등 생명과학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 화이자, 일본 다케다제약 등 1335개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둥지를 틀고 있다. 종사자만 6만 명이 넘는다.

후발 벤처엔 기술이전 ‘선순환’

샌디에이고는 1978년 지역 최초의 바이오 기업 하이브리테크가 창립되면서 바이오벤처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테크는 번 도프 UC샌디에이고 교수가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전립선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1986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4억8000만달러(약 5450억원)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파생 기업이 탄생했다. 이 회사 출신이 샌디에이고에 세운 바이오 기업만 50여 개로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만 4만 명에 이른다.

비영리 자문기관인 샌디에이고경제개발협의회(EDC)의 빌 볼드 바이오산업 담당 컨설턴트는 “성공한 기업과 창업자들로부터 활발한 기술 이전이 이뤄진 덕분에 후발 바이오벤처들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개인 기부금이 원동력

샌디에이고는 기부를 통한 자금 조달이 활성화돼 있는 독특한 형태의 바이오 클러스터다. 샌디에이고는 은퇴한 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부유층이 많다. 이들 중 과학에 애정이 깊은 개인 기부자들이 대학과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UC샌디에이고는 기부금이 대학 전체 연구비의 10%를 차지한다. 소크연구소는 연간 예산 1억1800만달러(약 1340억원) 중 개인과 재단의 기부금 비중이 42%에 달한다.

샌디에이고 시정부는 다양한 기부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기부액의 절반에 대해 2년간 세금을 감면해준다. 이사벨 귀몬트 소크연구소 연구실 코디네이터는 “기부자들은 미래 세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생명과학과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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