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해결책은 빼놓은 채…실손보험료 인하 밀어붙이는 정부

입력 2017-06-21 17:38   수정 2017-06-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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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건보·민간보험 연계법 제정

민관협의체 구성해 손해율 조사
내년 4월부터 다른 상품에 실손보험 끼워팔기 금지

업계는 "실손보험 적자 폭 커…정부 요구 수용 힘들다"



[ 박신영 / 김일규 기자 ]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1일 내놓은 실손의료보험 개편방안은 민간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를 낮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민간 보험회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30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실손보험의 적자폭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낮출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의원의 과잉진료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목소리다.


◆실손보험 단독으로 팔아야

병원의 진료 항목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와 그렇지 않은 ‘비급여’로 나뉜다. 급여항목도 건강보험이 전액 지원하진 않는다. 급여항목에서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분과 비급여항목은 민간 보험사가 내놓은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새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라는 두 가지 정책방향을 정했다. 정부가 꾸준히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넓혀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받아왔는데도 실손보험료를 내리지 않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보험사가 얻은 반사이익을 보험료 인하에 쓰도록 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사가 다른 보험상품을 팔 때 특약 형태로만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내년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팔기’를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만 팔아선 이익이 많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신보험 혹은 암보험처럼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에 끼워 팔았다. 이 같은 관행 때문에 가입자들이 필요 이상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손보험료를 정확히 언제 얼마큼 인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국정기획위는 공(公)·사(私)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 수익 현황, 보험사의 반사이익 규모 등을 조사한 뒤 내년 상반기에 인하를 유도한다고만 밝혔다. 반사이익 규모가 나와야 보험료 인하폭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 폐지할 예정이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는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올 하반기에 강화하기로 했다.

◆보험사 “과잉진료부터 해결해야”

보험사들은 국정기획위의 대책에 대해 이미 실손보험의 적자폭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하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또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의 과잉진료 해결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병·의원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수가가 높은 치료를 권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자로선 어차피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의원의 과잉진료 권유를 뿌리칠 이유가 없다는 걸 악용한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다. 또 실손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필요 없는 치료를 더 받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선 실손보험료 인하에 앞서 의료기관마다 서로 달리 분류하는 비급여항목을 표준화하는 게 정책 우선순위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의료업계의 반발 탓에 비급여항목 표준화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대책에도 의료기관의 비급여항목 표준화 내용은 빠졌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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