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지표 부진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비롯한 신흥국의 자금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2분기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수급이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유가 하락 여파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과잉 우려에 2% 넘게 떨어졌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98센트(2.25%) 하락한 배럴당 42.53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배럴당 42.13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5월 25일 이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연중 고점대비 무려 23%나 급락한 상태"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 국가들의 감산 합의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물이 출회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성장의 엔진이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투자자들의 주름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달 기준금리를 석 달만에 인상하며 낙관적인 경기 인식을 드러냈지만, 경기 지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주택착공 실적은 전월대비 5.5% 감소해 3개월 연속 줄었고,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이코노믹 서프라이즈(Economic Surprise) 지수는 2분기 들어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지수는 개별 경기지표의 시장 기대치와 실제치 간의 괴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의 값이 양(+)일 경우는 경기지표의 실적치가 기대를 상회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음(-)의 경우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깊어지는 우려가 자금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긴축적인 Fed의 정책 스탠스가 금융환경을 긴축시키고 미국의 장기 성장 전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를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 유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경기민감업종의 경우 상승 모멘텀이 부족할 수 있다"며 "Fed의 경기 판단이 옳았다는 근거가 실물 지표로 확인되기 전까지 2분기 실적 모멘텀이 강한 업종(반도체 은행 게임)에 수급 쏠림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서 미국 증시도 실적 기대감이 높은 바이오주 기술주가 상승했다"며 "국내 증시도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기업과 업종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 실적이 견고한 점을 주목했다. 지난 20일까지 국내 수출은 전년대비 24.4% 증가했다. 같은기간 수출 증가율은 12.3%에 이르며 6개월 연속 두 자리수 증가세가 확정됐다.
이 연구원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며 국내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물가상승 대비 장기채 매도·주식 매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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