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노인 장기 복용 땐
복부 출혈 위험 높일 수도
[ 전예진 기자 ] “아스피린 좀 구해줘.”
요즘 아스피린(사진)을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민원이 부쩍 늘었습니다. 올초부터 약국에서 500㎎ 용량의 아스피린이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요.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이 작년 12월 제조공장에서 문제가 발견돼 아스피린 공급을 중단한 탓입니다. 기존에 생산한 제품들까지 모두 자진회수해 간 탓에 당분간 고용량 아스피린을 구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로 120살인 아스피린은 시대를 초월해 가장 인기 있는 진통제입니다. 세상을 바꾼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아스피린은 한 과학자의 지극한 효심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독일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인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약을 찾다가 개발한 것이죠. 호프만은 해열, 진통 효과가 있는 살리실산에 주목했습니다. 이 물질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할 수 있는데요. 로마인들은 이를 해열제로 사용해왔죠. 그런데 살리실산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심각한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여러 과학자가 부작용을 없애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제약사 바이엘에 근무하던 호프만은 1897년 살리실산에 식초의 원료 아세트산을 합성해 부작용을 없앤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염화아세틸의 첫 글자 A에 살리실산을 추출하는 식물인 ‘스피라에아 울마리아(Spiraeaulmaria)’의 첫음절 ‘Spi’를 붙여 탄생했습니다.
1899년 7월 출시된 아스피린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초기에는 가루 형태였지만 1914년부터는 복용하기 쉽게 알약 형태로 바뀌었죠. 아스피린은 흥분, 통증, 열, 혈소판의 응고를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줄여줍니다. 또 심장병, 임신 중독증, 대장암의 발병률을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심장질환이나 대장암 예방을 위해 매일 일정량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75세 이상 노인이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경우 복부출혈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 보호제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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