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1년 정도 시간을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해 노동계가 “당장 추진하라”고 못 박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오는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동계가 문 대통령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노·정(勞·政) 간 갈등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23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연 정책간담회에서 “(정부는) 기다려 달라는 말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루지 말고 추진하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노동시간 최대 주 52시간으로 단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 노조 철회,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접수 등도 바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파행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일자리위원회를 압박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정부가 과거처럼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위원회를 강행하거나 노동계의 동의 없이 사회적 대타협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일자리위를 포함해 전반적인 노·정 관계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밀어붙였던 새 정부는 최근 들어 ‘상생과 양보’를 강조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정도 기다려달라”고 직접 노동계에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도 23일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속담이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두 달도 지나지 않은 만큼 긴 호흡으로 도와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노동계가 차분하게 도와준다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노동 존중의 사회를 이루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당장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기존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즉각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지난 20일 일자리위와의 간담회에서 “노동계를 구색을 갖추기 위한 장식물로만 여기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