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일상화된 '6월 폭염'…한반도 여름 생태계 확 바뀌나

입력 2017-06-24 04:21  

왜 이렇게 덥나

몽골 인근 제트기류 북쪽으로 이동
중국서 불어오는 열풍, 한반도 들어차
기상청 "8월까지 폭염 이어질 듯"

한반도 100년간 평균기온 1.5도 상승
작년 한 해에만 1.1도 올라 '기현상'
세계적 추세 온난화, 한국은 더 빨라



[ 박상용 / 백승현 기자 ] 뜨거운 한반도, 이상 기후 진행 중?

이상기후라고 할 정도로 한반도가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과 인천의 강수량은 2주일째 0㎜에 머무는 등 전국적으로 비도 적게 내렸다. ‘건식 사우나’ 같다는 말이 나온다. 올여름은 ‘11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해보다 더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우려를 더한다. 23일 경북 상주의 낮 기온이 35.9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6월 하순에 상주 기온이 이만큼 올라간 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이날 대전(34.8도), 청주(34.9도), 영월(35.7도) 등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6월(1~23일) 하루 최고 기온 평균값이 28.4도였다. 최근 30년 평년치(26.9도)보다 1.5도 높고 지난해(28.8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의 원인을 심하게 요동치는 제트기류의 움직임에서 찾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 북반구 상공의 제트기류가 예년과 다르게 뱀처럼 위아래로 크게 구불거리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북반구 상공의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가르는 역할을 한다. 통상 상하 진폭이 크지 않은 이 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치우치면서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상 폭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반도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중국 중남부에서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열풍이 꼽힌다. 몽골 인근의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대기 상층과 하층 모두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찼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반도 자체가 거대한 열섬인 셈이다.

올 강수량 평년치의 절반도 안 돼

‘땡볕 더위’와 함께 가뭄도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전국 누적 강수량은 189.1㎜로 역대 최저치였다. 평년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상청이 지난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을 토대로 낸 행정구역별 가뭄 현황을 보면 서울,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과 충청, 호남 지역 상당수가 ‘심한 가뭄’에 해당했다. 이 지역들이 3.7년에서 17.8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수준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긴 가뭄으로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대산단지)엔 비상이 걸렸다. 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가 지난 22일 ‘저수율 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호호가 바닥을 드러낸 건 1985년 준공 이래 처음이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대호호에서 하루 10만t을 끌어와 사용했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물 부족을 예상하고 석문호와 대호호를 수로로 연결하는 긴급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로가 가동되더라도 다음달 강수량이 평년보다 크게 적으면 물 부족으로 공장 일부가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평균보다 가파른 한반도의 온난화

폭염은 오는 8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3개월 전망’을 내고 7월(24.5도)과 8월(25.1도)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면서 중국 상공의 뜨거운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폭염이 점차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경온 국립기상과학연구원 기상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여름철 기온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엔 한반도의 여름 기후가 생태계에 큰 변화를 줄 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난화는 전 세계적 추세이지만 한반도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0.74도 오르는 사이 한반도는 그 두 배가량인 1.5도 올랐다.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평년(12.5도)보다 1.1도나 높은 13.6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기온이 유독 빠르게 오르는 이유에 대해 “한반도는 기온이 빠르게 오르는 ‘북반구 고위도’와 ‘육지’라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면서도 “1년에 1도 이상 온도 변화가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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