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삼보·쌍방울 등 대기업도 쓰러졌다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서 남산 쪽으로 걷다 보면 3·1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청계천 위에 걸쳐진 다리다. 사실은 그 길의 이름 자체가 3·1로다. 그리고 그 다리 입구에 서 있는 건물의 이름은 3·1빌딩이다. 층수도 지상 31층, 1971년 지어진 건물인데 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지은 건축주는 삼미그룹이었고 오랫동안 삼미그룹의 사옥으로 쓰였다. 삼미가 도산하는 바람에 건물 주인도 바뀌었다. 현재는 홍콩의 스몰락인베스트먼트 소유다.
30대 대기업 중 16개 쓰러져
삼미그룹은 특수강 분야에 전문화해서 크게 성공한 기업이었다. 특수강이란 철판에 크롬, 니켈 등을 섞거나 열처리를 해서 만든 금속이다. 스테인리스가 대표적 특수강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 특수강업계 2위에 오를 정도로 사업이 잘됐다. 그러나 경기는 위축되었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
기업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한편에선 생겨나고 다른 쪽에선 죽는다. 특히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기업이 죽었다. 30대 재벌기업 중에서 16개가 도산하거나 해체됐다. 삼미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그룹, 한보그룹, 쌍용그룹, 쌍방울그룹 등이 그 이름이다. 오늘은 그들의 이야기다.
한보그룹도 철강에 투자했다가 무너졌다. 한보는 세무서 직원을 하던 정태수가 세웠다. 대치동의 쓸모없어 보이는 땅에 아파트를 지었는데 대박이 났다. 지금의 은마아파트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사업을 벌려서 돈을 벌었다. 1990년대 초부터 충남 당진에 대규모의 제철소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1997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했다. 사업 중 문제가 생기면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해결하곤 했다. 실제로 각종 범죄 혐의로 처벌되기도 했다. 한보철강의 부지와 시설들은 현대자동차가 인수했고 그 위에 현대제철을 세웠다.
무리한 투자가 몰락의 한 원인
기아자동차도 철강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도산의 한 원인이 됐다. 기아는 원래 자동차에만 전문화된 기업이었는데 1980년대 말부터 다각화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1986년에 세운 기아특수강이었다. 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수익은 미미했다. 결국 1997년 기아자동차가 부도를 내는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 기아자동차는 1998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쌍용그룹은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무너졌다. 쌍용그룹은 김성곤이 세웠는데 시멘트와 석유사업이 주력업종이었다. 2세인 김석원은 부친으로부터 그 사업들을 이어받아서 재계 6위에까지 올려놓았다(1990년대 중반). 그 바탕 위에서 자동차 업종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19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후 코란도와 무쏘를 내놓으면서 잘되는 듯했다. 하지만 투자의 막대함에 비해 수입은 크지 않았다. 1997년 신용경색이 닥쳐왔고 결국 두 손을 들기에 이르렀다.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에 넘어갔다가 지금은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해서 운영 중이다.
대기업도 영원하지 않다
모험에는 위험이 따른다. 성공하면 큰 수익이 나오지만 실패하면 망할 수 있다. 쌍방울그룹은 레저산업으로 모험을 했다. 원래 쌍방울 내의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2세인 이의철이 이어받아 트라이 등의 신세대개념의 제품으로 크게 성공을 거뒀다. 그가 택한 모험은 레저산업이었다. 무주 덕유산에 212만 평 땅을 사서 스키장과 종합레저시설을 건설했다. 1997년에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했고 내친김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스키점프 루이지 등 종목의 선수단을 만들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그런 상태에서 IMF 외환위기를 맞아 그룹 전체가 무너졌다. 지금 무주리조트는 부영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위기 시에는 기업들이 망한다. 하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곳도 있다. 시련기 동안 부실을 정리하고 알짜만 남긴 기업들이 그러곤 하다. 삼성그룹이 그랬다.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이건희 회장의 자존심과도 같던 삼성자동차를 포기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사업의 거의 3분의 1 정도를 정리해버린다. 알짜 사업들만 남게 된 것이다. 그 위에서 초일류기업이 탄생했다. 다음 이야기의 주제는 삼성 이야기다.
기억해 주세요^^
삼미그룹, 한보그룹, 쌍방울그룹.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대기업이 쓰러졌다. 한때 잘 나가던 기업들이었지만 위기 극복을 잘못해서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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