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개도국서 피처폰 판매량 급증
"언제적 핸드폰이야, 이거 멸종(?)된거 아니었나"
지난 3월 한 온라인 영상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이 군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한 청년의 휴대폰을 보고 한 말이다. 이에 청년은 “제가 대학교 다닐 때도 항상 시험기간에 공부할 때 방해된 게 스마트폰이었어요. 서울 올라오기 딱 하루 전에 (2G 폰으로) 바꿨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니 그러니까 아예 공부에 전념하려고?”라며 놀란 듯 되물었고 청년은 “네. SNS라든지 메신저라든지 다 지우고...”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최소 기능만 갖고 있는 휴대폰이고만”이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소 기능. '피처폰(feature phone)'은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한참 떨어져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적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멸종'이란 말을 듣는 배경인 동시에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폰 9000만대 중 1250만대는 피처폰이었다. 연간으로 치면 5000만대 수준이다. 국내 피처폰 비중도 약 15%(2016년 기준). 애니콜(삼성전자), 싸이언(LG전자)이란 이름으로 전 소비층에 사랑받던 때보단 확연히 줄었지만 분명 찾는 소비자들이 있단 의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꾸준히 피처폰을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키아가 복귀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피처폰 '노키아3310'을 다시 꺼내 든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피처폰은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흘러간 가요가 최신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이른바 '역주행'이 피처폰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말이다.
◆'저렴한 가격, 오래가는 배터리'로 개도국서 인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도에서 피처폰 출하량은 1억3400만대로 스마트폰(1억400만대)을 추월했다. 인도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을 들이는 글로벌 시장이기에 피처폰의 성장은 의미가 크다.
피처폰의 최근 글로벌 출하량이 2분기 연속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지난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5.2% 줄었지만 피처폰은 32% 급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개발도상국가(개도국)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처폰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사들은 피처폰의 장점들을 신흥 시장에 대입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개도국에서 피처폰의 저렴한 가격과 오래가는 배터리가 휴대폰을 사는 이유가 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안면인식 기능보다 더 설득력있는 구매 동기다.
개도국의 경우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월평균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들에게 피처폰보다 10배 이상 비싼 스마트폰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월소득의 30% 이상을 휴대폰에 쏟아붓는 건 사치에 가깝다.
배터리도 중요한 구매 결정 요건이다. 전력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휴대폰까지 꽂아두는 건 부담이어서다. 하루에 한번 충전해야 하는 스마트폰은 애물단지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 정도 쓸 수 있는 피처폰은 환경에 최적화된 통신기기다.
◆스마트해지는 피처폰, 성장 가능성 충분
최근 피처폰은 '스마트'한 기능을 더하고 있다. 중국의 아이텔은 저소득 문맹·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텍스트 전송기능'을 탑재한 피처폰을 내놨다. 인도의 징크는 유심을 6개까지 동시장착할 수 있는 피처폰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6대의 전화를 구매할 필요없이, 하나의 전화기로 6개의 번호를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4G(4세대) 피처폰을 볼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퀄컴은 피처폰에서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올해 2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퀄컴 205를 탑재하면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피처폰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소셜미디어 및 기타 콘텐츠를 더 빨리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가 아무리 발전해도 자전거가 남아 있듯이 스마트폰이 진화해도 피처폰을 원하는 수요는 분명 있다. 피처폰은 고유 시장이 있고 고객 니즈에 맞춰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다. 비록 통신기기의 대표 자리는 스마트폰에게 내줬어도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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